북한이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0주년을 계기로 방북한 러시아 대표단을 극진히 대접한 가운데, 그 배경을 두고 북한 내부 간부들 사이에서는 ‘러시아에 핵개발에 관한 기술 협력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고 3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이 전했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열병식 행사 당시 김일성광장 주석단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 장관과 나란히 서서 행사를 참관했고, 그에 앞서 지난 26일에는 ‘무장장비전시회-2023’에서 쇼이구 장관에게 직접 신무기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한 간부들은 ‘단순히 밀이나 기름 같은 선물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에 원하는 것은 경제적인 것보다도 핵무기 운용 및 개발에 관한 기술 이전이나 협력’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은 “무인잠수정은 로씨야(러시아)만큼 발전한 데가 없다”며 “핵 무인 수중공격정 ‘해일’을 공개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열병식을 중계한 조선중앙TV는 해일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무자비한 징벌의 해일로 가증스러운 침략선들을 모조리 수장해버릴 공화국 핵전투 무력의 중요한 초강력 절대병기”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해일을 실전배치하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미 실전배치된 투발 수단에 탑재할 첨두(탄두)를 소형화하는 기술도 필요한 상태”라고 언급했다.
북한은 ‘화성-17형’이나 ‘화성-18형’과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전략군 부대에 실전배치했지만, 소형화된 핵탄두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쇼이구 국방 장관에게 전략무기들을 소개한 것도 핵 개발 초기 단계에서 러시아로부터 기술적 도움을 받은 이후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핵무기를 개발했음을 어필하면서 핵 고도화를 위한 기술 협력을 타진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북한 간부들은 당국이 지난해부터 러시아에 탄약, 수류탄, 포탄 등 재래 무기를 제공해왔으며, 이를 대가로 밀이나 가스, 유류 등을 받아왔다는 것을 대부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는 지난해 12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러시아에 재래 무기를 제공하고 유류와 가스 등을 받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러시아에 재래 무기 제공하고 대가로 유류·가스 받았다)
또 다른 북한 내부 소식통은 “이번에도 로씨야에 무기를 팔 것”이라면서 “상대가 국방상이기 때문에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핵무력에 대한 기술적 협력을 대가로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로부터 빼앗은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산 로켓으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전선에서 옛 소련제 ‘BM-21 그라트’ 다연장로켓포를 운영하는 우크라이나 포병대가 최근 북한산 로켓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공격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북한산 로켓이 선박을 통해 이동 중이었고, 러시아군에 전달되기 전에 압수됐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에서 공개된 사진에는 ‘방-122’라고 쓰인 로켓 탄통이 담겨 있는데, 여기서 방은 방사포의 약자를, 122는 122mm의 구경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