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시아에 재래 무기 제공하고 대가로 유류·가스 받았다

[인터뷰] 나진항 통해 선박으로 러시아에 직접 전달…소식통 “왜 중동·아프리카 거치겠나”

두만강 철교 하산 나진 방천 퐝찬
팡촨 용호각에서 바라본 북·중·러 국경지대, 멀리 두만강 철교(조선-러시아 우정의 다리)가 보인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설을 거듭 부인하고 있지만 실제 북한이 러시아에 수차례 재래 무기를 공급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미국의 발표대로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 제3국을 통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2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까지 러시아에 여러 종류의 재래 무기를 직접 제공했다. 탄약, 수류탄, 비행탄 등의 재래 무기들은 나진항을 통해 선박으로 러시아에 직접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을 위해 나진항 주변 경계 근무를 맡은 보위부 10호 초소 인원을 야간에 5~6시간가량 완전 철수시키고 군수공업부와 국가보위성에서 동원된 최소 인원들만 무기 선적 작업에 참여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또 기밀품이 담긴 선박이 출항하는 날 12시간가량 나진항 10km이내 지역이 완전 통제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북한이 올해 러시아에 제공한 무기들은 모두 북한 인민군이 수십년간 보유했던 오래된 재래 무기들이고 최근에 생산된 새 무기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무기 수출은 새것으로 하지 않는다는 게 수령님(김일성)의 유훈이자 현재 무기 정책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앞서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 10월 군수공장에 수류탄과 비행탄, 고사포탄 등 다양한 종류의 포탄 생산을 명령했다. 이는 대(對)러시아 수출로 감소한 무기 재고를 채우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군수공장에 포탄 추가 생산 지시 하달…러시아 수출용?)

아래는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과의 일문일답

-최근에도 미국 국방부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상당량의 포탄을 공급하고 있고, 이를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국가에 보내는 것처럼 위장해서 러시아에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3국을 거쳐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기도 하나?

“직접 보내면 되는데 왜 중동 국가나 아프리카를 거치겠나. 미국이 연막작전으로 자신들이 수집한 다른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가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무기를 보내는 것처럼 속이고 로씨야(러시아)에 보냈다는 잘못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밝힌 것이거나 우리가 로씨야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확실한 근거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우리 쪽에서도 로씨야랑 무기거래한 적 없다고 공개적으로 잡아뗄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북한 당국은 지금까지 수차례 미국이 제기한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설을 부인했다. 지난달에는 국방성 군사대외사업국 부국장이 담화를 통해 “우리는 러시아와 ‘무기거래’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9월 말에도 국방성 장비총국 부총국장이 “러시아에 무기나 탄약을 수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국자가 거짓으로 담화를 냈다는 것인가?

“기본적으로 국방성은 무기 수출에 직접 관여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방성 부국장이 로씨야와의 무기 거래 사실을 알 만큼 우리 국가가 그렇게 허술할 것 같나. 우정(일부러) 국방성에 있는 간부가 발표하게 했지만, 그도 모르게 진행되고 추진되는 일이 이런 일이다.”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한 대가로 북한은 무엇을 받았나. 무기 판매 대금을 외화로 직접 받기도 했나?

“돈으로는 안 받았다. 로씨야도 전쟁 때문에 자금이 다 말랐다. 처음에는 로씨야 측에서 전쟁이 끝나면 나중에 딸라(달러)로 받거나 지금 받을 거면 루블로 받으라고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로씨야 돈 가치도 없는데 그걸 받아서 뭐하겠나. 나중에 딸라로 줄지 안 줄지 확신도 할 수 없고. 그래서 지금 당장 필요한 물자로 받기로 한 것이다. 로씨야에서 들어오고 있는 기름이며 가스, 밀가루 이런 게 모두 무기 거래로 인한 결과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불법 거래와 관련한 동향에 계속해서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북한은 러시아와 무기 거래를 계속할까?

“우리 쪽에서는 소리 날 일이 없다. 로씨야에 미국 간첩이 너무 많고 로씨야가 너무 민해서(둔해서) 미국이 정보를 듣고 계속 우리가 로씨야랑 무기 거래를 하고 있다고 찔러대는 거 아니겠냐. 계속 로씨야랑 거래할지 안 할지는 정확히 확신할 수 없다. 우(위)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언제든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