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자 모집해놓고 안 내보내…선발된 주민들 ‘난감’

전쟁 상황 좋지 않아 내부 인력 송출 잠정 보류…돈 빌려 뇌물 바친 주민들은 걱정·불안 호소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에서 북서쪽으로 50Km 떨어진 보로디안카의 한 아파트가 무너져 내려 있는 모습. /사진=연합

북한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재건 사업에 파견할 인력을 선발했지만, 송출을 잠정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11월에 파견하려 했던 노동자들을 아직 보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로씨야(러시아)가 빨리 전쟁을 끝내 해방 구역이 늘어나면 바로 신속히 (파견)하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전쟁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당초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재건 사업에 인력을 파견해 외화를 벌어들일 계획이었다. 이에 따라 실제 지난해 11월 1차로 인력을 선발하고 이후에도 추가적으로 인원을 모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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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르자 노동자들을 파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인력 송출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도 아무리 돈이 중요해도 인민들이 위험한 구역에 쫓겨 다니면서 돈을 벌게 하는 일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건설 지역에는 사람만 덜컥 가면 되는 게 아니라 중기계와 자재들을 다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데 지금 파견할 정도로 좋지 않은 상황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두 나라(북한, 러시아)가 (송출 문제를) 토의 중인데 전쟁 마감 때 신호가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쟁이 소강 국면에 들어가고 재건 지역에 파견될 인력들의 안전이 담보돼야 송출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인력 송출 계획이 잠정 보류되면서 선발된 주민들이 예상치 못한 문제에 직면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파견 노동자로 선발된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전출로 행정 처리돼 있으나 송출이 잠정 보류되면서 소속이 애매모호해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본래 다니던 직장에서도 일하지 못하고 8·3(기관·기업소에 일정액을 내고 다른 곳에서 비공식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것) 신분으로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아울러 해외 파견 후에 갚을 요량으로 돈을 빌린 주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돈을 빌려 간부들에게 상당량의 뇌물을 바친 주민들이 행여나 송출이 취소되는 상황이 올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식통은 “들떠 있다가 해가 넘어가도 신호가 없으니 불안해하고 있고 간부 지도원들에게 바친 돈이 날아갈까 봐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며 “돈을 꿔서 간부부에 고인(바친) 사람들이 문제인데, 이자가 원금만큼 같아질 때까지도 로씨야에 못 나가면 사달이 난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파견이 안 될 시 뇌물을 받은 간부들과 뇌물을 고인 사람들 사이에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면서 “신소와 청원이 쏟아지거나 알륵(갈등)이 발생할 게 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