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북한인들과의 소통 창구, 활발히 운영되길

익명의 제보자가 보내 온 이메일 화면 캡처.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대부분 모자이크 처리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데일리NK에 의미심장한 이메일 한 통이 들어왔다. 발신자는 제목에 ‘한 보위일군(간부)의 비행자료’라고 적어놓고 “끔찍한 행위를 폭로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리고선 “이 내용을 이 세상에 공개시켜주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발신자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보잘것없는 이들의 마음을 담았다”고만 했다. 그러곤 장문의 글로 러시아 현지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한 보위원의 만행을 조목조목 폭로했다.

이 같은 ‘제보 이메일’을 전달받은 기자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글에서는 제보자의 격앙된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장난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러시아 현지에 있지 않으면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데일리NK는 지난해 11월 말 뉴스 제보나 도움 요청을 받기 위해 ‘해외 체류 북한인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라는 이름의 배너를 신설했다. 그리고 여기에 이메일 주소와 텔레그램 아이디를 적어놨다. 이 익명의 제보자는 이 배너를 보고 거기에 적힌 이메일로 연락해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다만 크로스체킹(cross checking)은 필요했다. 러시아 현지 소식통과 여러 채널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보위원의 신상과 비리 내용은 거의 틀림이 없었다. 이에 기자는 제보 이메일을 기반으로 보위원 최성철 씨의 만행을 알리는 기사를 작성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러시아 건설회사 담당 보위원 최 씨의 비행을 폭로합니다”

최 씨는 러시아 현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며 그야말로 ‘원수님 행세’를 하고 있었다. 감시·단속·통제 대상인 북한 파견 노동자들이 최 씨에게 불만을 표하거나 반항하는 건 ‘반동 행위’나 다름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이메일을 보내온 익명의 제보자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이렇게 글을 쓰는 것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한과 러시아의 교류·협력이 강화되는 분위기 속에 러시아 현지에서 ‘러시아에 10만 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가 파견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동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대거 파견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데일리NK는 부당한 대우와 열악한 처우 등으로 고통받고 피해받는 북한 파견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자, 나아가 도움을 주고자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놓았다. 이번 제보를 기점으로 이 소통 창구가 활발하게 운영되기를 기대해본다.

※데일리NK는 ‘해외에 계신 북한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해외체류 북한인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배너를 참고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