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건설회사 담당 보위원 최 씨의 비행을 폭로합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러시아 이르쿠츠크의 북한 건설회사 담당 보위원 최성철 씨에 대한 북한 파견 노동자들의 비난 여론이 뜨겁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 결의 2375호를 통해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신규 노동 허가를 전면 금지하고 2019년 말까지 전원 귀국시키도록 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러시아에 노동자들을 파견해 건설 청부업 등을 통한 외화벌이에 몰두하고 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소속된 회사가 부과한 외화벌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몰래 다른 일도 하며 개인적으로 돈을 모으기도 하는데, 최 씨는 이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막대한 ‘뇌물’을 요구·착복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최 씨는 2020년 말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명목으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을 단속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명품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면서 한국 콘텐츠를 즐겨 보고 있다고 한다.

데일리NK에 직접 최 씨의 만행을 알려온 익명의 제보자 A씨에 따르면 러시아 현지의 북한 노동자들은 이런 관리자들의 비리, 행을 견디다 못해 신소(伸訴)할까 하다가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내 포기한다.

·수령·국가 앞세워 노동자들 돈 갈취

지난 2020년 발생한 코로나 사태는 러시아 이르쿠츠크 현지 북한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악몽의 시작이었다. 최 씨는 당시 조국 귀환이 결정돼 있었지만, 북한이 코로나 유입 차단을 명목으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러시아에 그대로 눌러앉게 됐다.

당분간 당국에 소환될 리도 없고, 당국에서 제대로 된 검열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직감한 최 씨는 ‘강도’로 돌변했다. 말끝마다 ‘당(黨)에서’, ‘경애하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조국에서’를 들먹이며 북한 노동자들에게 상납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노동자들에게서 갈취한 돈을 상부에 바치지 않고 본인 뒷주머니에 챙겼다.

그뿐만 아니라 최 씨는 개인적으로 부수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매달 불러 “조국에다 다 보고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내가 잘 처리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회유해 돈을 뜯어냈다.

휴대전화 사용자 단속 혈안정작 본인은 콘텐츠 즐겨

특히 최 씨는 지난 2020년 말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도 뒷주머니 채우기에 적극 활용했다.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을 걸고넘어진 것이다.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최 씨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노동자들을 ‘남조선(남한) 드라마를 봤다’, ‘남조선 뉴스를 봤다’는 식으로 마구 단속했다.

그런 본인은 방에 65인치 대형 TV를 설치해 놓고 와이파이까지 연결해 남한 콘텐츠를 즐기고, 심지어 들키지 않기 위해 무선 헤드셋을 끼는 등 치밀한 모습까지 보이며 ‘불순 중에 불순’을 저지르고 있다고 한다. 노동자들은 마구잡이로 단속해 못살게 굴고 정작 본인은 거리낌 없이 즐기는 ‘내로남불’의 전형인 셈이다.

/그래픽=데일리NK

제보자 A씨는 “조국에서 파견한 초급당 비서 말도 듣지 않고 오직 제 말만을 고집하며 소왕국의 왕 행세를 하고 있다”며 최 씨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최 씨가 외형상으로는 유하고 온순해 보이지만 자기가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정말 끔찍하고 파렴치한”이라면서 “정말 칼만 안 들었지, 강도 중에 상강도”라고 울분을 토했다.

만행 제보한 A약자들의 힘 보여주고 싶었다

러시아 노동자 출신 탈북민 정상철 씨(가명)는 “러시아 내에서는 보위원을 3번(지배인 1번, 당비서 2번)이라고 부르지만, 어떨 때는 2번을 제치고 1번이 뒤로 빼돌리는 자금까지 챙기는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서 “기본 임무는 비사회주의를 단속하는 것이지만 일부 보위원은 노동자의 푼돈까지 노리는 파렴치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런 보위원을 노동자들이 신소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씨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막강한 ‘빽’(배경)을 두고 나온 사람들이라 지배인도 뭐라 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러면서 정 씨는 “보위원들을 단속하는 인원도 있긴 하지만 이들이 관심을 두는 건 ‘탈북 등 이상 동향을 제대로 감시했느냐‘다”라면서 “보위원들이 노동자의 돈을 빼돌리거나 한국 드라마를 보는 건 단속 거리에 들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보자 A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제보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이 세상, 이 지구상 모든 이들에게 알려주어서 (최 씨를) 역사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약자, 천대받는 사람들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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