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발레 공연에 주민 동원…반강제로 표 구매하게 해

성공적 행사 이미지로 북러 친선 강조하려…평양시민들 "강제성 있는 관람 유쾌하지 않아" 불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21일 “러시아 마린스키 연해변강(연해주) 분극장 예술단이 출연하는 발레극 ‘잠자는 숲의 미녀’ 공연이 지난 20일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지난달 평양에서 있었던 러시아 예술단의 발레 공연에 사실상 반강제로 관객을 동원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2일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는 러시아 예술단 발레 공연 관객석을 꽉 채우기 위해 공연 전 시내의 모든 기관·기업소들과 인민반, 대학들에 표를 내리고 이를 반강제로 구매하게 했다.

평양시는 이번 공연이 러시아와의 우정을 시위하는 계기로 된다면서 관객석을 채우는 것이 사명을 다하는 일이라며 평양시민들을 다그치는 데 열을 올렸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문화 예술 교류를 통해 조로(북러) 간의 친선을 강조하려 대내외적으로 성공적인 행사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기업소 당 조직들에서는 러시아의 사회 및 문화적 특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문화 활동이니 성실하게 참가할 것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평양시민들은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표를 구매하게 하고 공연을 관람하게 하는 방식에 불만을 표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사실 여기(북한) 사람들은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의 예술에는 관심이 없다”며 “언어도 문화도 다른 러시아의 예술에 대한 관심은 아주 미미해 강제적인 관람에 많은 사람이 불편을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평양시민들 속에서는 러시아 예술단의 발레 공연이 질과 내용적인 면에서 아무리 훌륭하고 뛰어나다 하더라도 강제성이 있는 관람은 전혀 유쾌하지 않고 부정적인 인상만 남긴다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문화 예술 행사의 본질적 가치는 그것을 관람하는 관객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인데, 강제로 관람하게 하는 것은 이런 가치를 저해하는 행위라며 내적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고 했다.

특히 청년 대학생들은 각 단위에 표가 배정됨에 따라 억지로 이를 돈 주고 구매해야 하고 시간을 내서 공연을 보러 가야 하는 것이 화가 난다며 국가가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평양시는 러시아 예술단의 발레 공연 관객석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연 도중에 졸거나 무관심한 태도로 박수도 제대로 치지 않는 행위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관람객 관리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평양시는 공연 전 기관·기업소, 인민반, 대학의 담당 안전원들을 내세워 공연 중에 절대 졸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며 “공연에 집중하지 않고 조는 행위는 조로 친선에 금이 가게 하는 불손한 행위로 공연을 보러 간 이들끼리 서로를 감시해 서로의 관람 태도를 보고할 데 대해서도 지시했다”고 말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지난달 21일 러시아 연해주 마린스키 극장 소속 예술단이 전날(20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발레 공연을 펼쳤다고 전했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마린스키 예술단의 ‘불새’, ‘고전 및 현대무용야회’ 등 공연이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연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마린스키 예술단을 포함한 러시아 문화부 대표단은 지난 18일 북러 경제·문화 협정 75주년(3월 17일)을 기념해 방북했으며, 일주일 뒤인 25일 러시아로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