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 실험용경수로 시운전을 재개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최근 위성영상에서 포착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진 영변 실험용경수로가 새해 들어서도 3월 중반까지 지속 이어지다가 3월 중순경부터 1개월여간 멈췄고, 최근 재개된 것이 4월 말 맥사(Maxar) 위성영상에서 식별됐다.
또한, 5MWe 원자로도 함께 가동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원자로·경수로와 연결된 2곳 펌프장에서 배수로를 통해 구룡강으로 냉각수가 배출되는 것이 온배수의 흰 포말과 함께 4월 27일 고해상 영상에서 뚜렷이 식별된 것이다.
우리 국방부에서는 영변 실험용경수로가 올 여름쯤 정상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앞으로 북한이 핵탄두 제조 원료인 플루토늄 핵물질을 3~5배 정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영변 원자로·경수로 가동 동향
영변 원자로·경수로 가동 동향을 맥사 고해상 위성영상을 활용하여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살펴보았다. 연초부터 올 3월 중반 동안 9회 식별되다가 이후 1개월여간 미식별되었고, 이번 4월 말 다시 가동이 탐지됐다. 위성영상이 구름에 가렸거나 미촬영된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가동 탐지 횟수와 멈춤 기간 파악에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올해 3월 중반부터 이후 4월 후반까지 가동이 식별되지 않다가 4월 27일 가동이 재탐지된 것으로 파악된다.
평안북도 영변군에 위치한 핵시설은 1960년대 구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된 것이다. 시설이 낡고 오래된 것이다. 북한은 기존에 사용하던 5MWe 원자로에 덧붙여서 2010년경 실험용경수로(ELWR, Experimental Light Water Reactor)를 건설하기 시작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수로를 시운전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의 핵과학자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실험용경수로가 5MWe 원자로보다 3~5배 정도 많은 플루토늄 생산 능력을 보유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실험용 경수로가 올해 여름쯤 정상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영변 원자로 가동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원자로를 가동할 때 핵연료봉을 태우면 고열이 발생하는데, 이를 식히기 위해 펌프장에서 구룡강 물을 끌어들여 원자로를 냉각시키고, 데워진 냉각수(Coolant)는 다시 펌프장을 통해 구룡강으로 배출시킨다. 이때 냉각수 배출 상태를 위성영상에서 판독하고 원자로 가동상황 판단에 참고하는 것이다. 이후 원자로를 가동하고 쓰고 남은 핵연료봉은 폐연료봉이 되는 것이고, 폐연료봉은 인근 창고에 저장했다가 1.8km 거리에 있는 영변 내 방사화학실험실로 운송해서 이곳에서 재처리 과정을 거쳐서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추출한다. 이어서 종국에는 대량 살상무기인 핵탄두가 제조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기 때문에 유엔 등 국제사회가 영변 원자로·경수로 냉각수 배출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위성영상 감시에 주목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영변 실험용경수로를 시운전하고 이제 곧이어 정상 가동하려는 것은 본래 공익목적인 전기를 생산하려는 것이 아니고, 핵탄두 제조에 사용할 핵물질 생산량을 대폭 늘리려는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곱지 않게 보고 있다. 2023년 1월 김정은이 남한사회를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핵탄두 보유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지시한 데 따라서 북한이 핵물질 플루토늄 생산량을 대폭 늘리려는 것으로 풀이되는 것이다.
원자력은 현대 과학문명 발달의 소산이며, 잘 활용하면 문명의 이기가 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인류파멸을 불러올 재앙의 도구가 될 수 있다. 날카로운 칼이 요리사의 손에 있는지, 강도 손에 들려 있는지에 따라 활용도가 달라지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북한 공산정권은 질풍노도 중2 학생이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힌 채 폭발물을 들고 서 있는 것 같아 마냥 위태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