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으로 돌아간 건설회사 간부, 임금 체불로 노동자들과 갈등

가장집물 털어가고 집 팔라 협박…주민들 "자본주의 광경 펼쳐지는데도 수수방관한다" 비판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러시아 현지 북한 건설회사 간부로 있던 주민이 임금 체불 문제로 노동자들과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평양시 소식통은 18일 “러시아 파견 건설회사에 직장장으로 있던 김모 씨가 귀국 명령을 받고 평양 만경대구역 자기 집에 돌아왔는데, 함께 귀국한 노동자들이 그의 집에 몰려가 돈을 내놓으라며 매일 같이 빚단련(독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임금을 그때그때 주지 말고 직장장이 장부에 적어두고 따로 관리하고 있다가 노동자들이 귀국할 때 한꺼번에 주도록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때마다 임금을 주면 탈북할 가능성이 있을뿐더러 직장장이 배당한 일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돈이 되는 외부 작업만 하겠다고 하는 등 의견을 부리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귀국 시에 일시 지급하도록 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김 씨도 노동자들의 임금을 때마다 주지 않고 따로 관리하고 있었는데, 귀국 명령을 받고 나서도 임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매듭을 짓지 않고 평양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그와 함께 귀국한 노동자들이 김 씨의 집을 찾아가 밀린 임금을 내놓으라며 강하게 독촉하며 난동을 피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김 씨의 만경대구역 살림집은 완전히 초토화됐다”며 “노동자들이 고향으로 가지도 않고 김 씨 집에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피우며 무자비하게 가장집물을 털어가고 살림집을 팔아서도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해 실제 김 씨가 집을 내놨다는 말도 돈다”고 말했다.

이어 소식통은 “김 씨는 ‘나는 장부와 돈을 전부 다음 직장장에게 인계했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가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딴 주머니를 찼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번 일로 김 씨의 아내가 실신하고 개인 재산을 갈취하거나 살림집 거래 등 비사회주의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행정, 안전 기관에서는 개인 간의 문제라며 선을 긋고 있어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본주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자본주의가 따로 없다’, ‘저러다 사람 잡겠다’며 동사무소나 만경대구역 안전부에 상황을 알리고 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개인끼리 알아서 할 일이지 국가 기관이 나설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라며 “이에 사람들은 ‘아무리 그래도 저 지경인데 나 몰라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주민들은 ‘어제는 한가마밥(한솥밥) 먹던 이들이 오늘날에는 돈 때문에 서로 물고 뜯는 처지가 됐다’며 이번 사건에 안타까워하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