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인덱스] #5 북한 정보의 자유에 대한 고찰

CD, USB, SD카드. /사진=데일리NK

정보 자유의 권리 보장

세계인권선언 제19조에 따라,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권리는 일체의 간섭 없이 의견을 보유한다는 측면에서 사상의 자유를 보장할 것을 시사한다. 나아가 기본적으로 인간은 의사소통을 하며, 본 권리의 실현에는 자신이 가진 사상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사회를 상정하고 있다. 또한 점차 세계가 좁아지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언론을 통해 정보와 아이디어를 찾고 받으며 전달할 자유를 포함하고 있다.

북한은 중앙이 직접 언론을 장악하고 운영함으로써 시민 사회로부터 발현되는 자유로운 언로(言路)를 막고 있고, 언론은 검열과 감시를 통해 당국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한 상호 감시 체제를 촘촘히 작동시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기회를 차단당하며, 집단이 모여 결의를 할 물리적, 정신적 공간의 생성을 다양한 수단을 통해 억압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세계화의 시대에 상호의존적 환경이 형성되어 각각의 사회가 명확히 나눠질 수 없는 불가분성을 지니며, 정보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 물론 북한의 국경은 정보 통제에 효과적이고, 계층별로 정보를 접촉하는 면과 깊이가 달라, 일반 시민들이 외부 정보를 쉽게 접촉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경 인근 지역의 외부 정보 접촉 수준은 매우 높고,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내용에 따라 영향을 깊이 받고 있다.

계층적 차별과 폐쇄성

본 권리가 주어지는 데는 ‘보편성’이 중요한데, 이는 누구나 어디서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하며 누구도 정보 사회에서 제공하는 혜택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8년까지만 해도 북중 접경지역의 한 도시인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은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 현장의 집산지였다. 여유로운 한낮 단둥의 거리를 따라 김일성 배지를 단 파마머리의 북한 중년 여성이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 누구와도 동행하지 않은 채 양산을 쓰고 유유자적 걷는 모습은 그녀의 신분이 매우 높음을 쉽게 짐작하게 했다. 북한 식당 여종업원 10여 명이 북한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단둥의 쇼핑몰에서 바쁘게 쇼핑을 마쳐야 했던 모습과 비교하면 더욱 그랬다. 그러나 비록 관리자의 통제 아래 있었지만, 이러한 기회마저 북한에서는 쉽게 가질 수 없는 권한이다.

또 한 켠에서는 북한 신의주(평안북도)에 생긴 백화점에 진열할 물품을 구하느라 바쁜 북한 사업가들이 중국 대방(무역업자)을 대상하고 있었는데, 과연 북한 사회를 ‘폐쇄적’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이 들기 충분한 광경이었다. 북한 밖으로 나와 볼 수 있는 소수의 특권층은 평양 중심의 북한 사회의 변동성을 분명 확인시켜주었다. 그러나 분명 이를 북한 사회에 나타난 ‘보편적 양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에 국한해 북한 사회를 바라보지 않고, 후에 내륙 및 시골 지역의 일반 계층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나머지 내륙 지역 및 일부 계층은 여전히 정보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결국 계층별 정보 격차가 상당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탈북민들로 구성된 조사 대상자들은 의식이 깨어 있지 않은 이 정보 접근성이 낮은 그룹으로 인해, 북한 사회의 전면적인 개혁이 힘들다고 말한다. 반면, 다른 조사 대상자들은 엘리트이자 계급의 상층부 집단이 충성도가 높아 북한 사회를 유지하는 데 더욱 힘을 보탤 것이라고 보았다. 어떤 그룹이 더 폐쇄적인가를 논의하기보다 이들에게 정보의 역할과 기능은 어떤 성격을 갖는지 더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 본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전경(2018년). /사진=이승주 전 NKDB 북한인권 감시본부장 제공

북한 외부 정보의 역할의 변천

1990년대 후반 이후 북한 주민들의 외부정보에 대한 수용태도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는 연구가 있다. 북한 주민들이 수동적이라는 기존의 편견을 깨는 데는, 스스로의 삶을 해결하기 위해 장마당을 활성화시킨 점이 일조하였다.

정보의 측면에서는 당시 국가가 주는 정보에 의존했던 그들이 각자 생산하고 판매하는 독자적 생존을 추구하면서 ‘정보’에 따른 이익이 생성되는 상황이 초래되었다. 더 이상 당(黨)이 주는 제한적 정보에 만족할 수 없었던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의 대북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였다.

흥미의 측면에서는 북한 언론을 통해 주입된 선전선동에 대한 피로감도 상당하였다. 그곳에 새로운 공간이 열렸다. 2005년에 이르러서는 이미 평안북도 국경지역에 비디오플레이어, CD플레이어를 보유한 가구가 60%에 달했다 하니(데일리NK, ‘북주민, 남한드라마 맨발의 청춘 본다’, 2005년 11월 1일자), 수천 장의 불법 비디오와 DVD유통을 짐작하게 한다. 외부 정보는 외부문화를 향유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욕구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일상 속에 스며들고 있다. 최근에는 CDR, USB, SD카드 등도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널리 전파되어 있다. 이윽고 그들은 적극적인 외부 문화의 소비층으로 자리 잡았다.

의식 변화의 측면에서 한국의 화려한 드라마를 보고 한국행을 결심하기도 하며 북한 정부가 가린 눈을 뜨게 하는 효과를 ‘미디어’가 가진 것이다. 대체적으로 허구보다는 사실에 가까운 내용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 발견된다. 실상 경제적 격차가 매우 뚜렷하기에, 우리는 우리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줄 기회를 생성해야 한다. 우리에 대한 ‘정보’의 유입은 북한 사회와의 비교 지점을 생성할 것이다. 그것이 엘리트 계층이라 해도 머릿 속에 생겨나는 생각을 막기는 어렵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서 이기는 법

이러한 정보가 주는 효과는 ‘정보’가 사회와 행위를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전환 시킨다는 것이다. 주민들의 의식변화야 말로 북한 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위험요소이다. 모든 사회 현상은 사회관계 속에 발생하고, 그러한 관계에 항상 인간들의 감정이 자리 잡고 있으며, 폭발하는 힘으로 순간적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은근한 ‘감정’의 변화를 촉진하는 데 ‘정보’는 유능하다.

점차 북한 사회의 디지털 기술도 발달하고 있고, 외부 정보를 향유하는 방식과 내용에 외부 세계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북한의 디지털 기기가 발달함과 동시에 이를 억제하고 통제하는 기술도 발달하고 있다. 다시 북한 주민들이 이러한 제약을 뚫고 외부 정보를 접하고자 하는 열망도 강력하다. 일종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북한 사회 내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서는 휴대전화 조작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금지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는 북한 당국이 우려해야 할 만큼 북한 주민들이 기술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보이지 않는 상호의존성의 영향아래, 한 번 맛본 정보와 문화의 맛은 쉽게 끊기 힘들고, 저항을 법과 제도로 억제하는 기제도 유지되고 있다. 과연 누가 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인가. 추격전에서의 승리를 위해서 현재로선 디지털 발달을 유도하고 외부 정보의 적극적인 유입으로 이러한 사회 변동성을 관리해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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