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들이 성희롱이나 성추행, 강간 등 성폭력에 지속 노출돼 있지만 김정은 정권 이후 성범죄에 대한 처벌 형량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은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북한인권백서 2023’ 발간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군대가 주둔한 지역의 민간 여성에 대한 군인의 성폭력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고 돌격대로 파견 나간 여성은 건설 현장에서 강간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정 연구위원은 “최근 개정된 성폭행 관련 법규를 보면 북한의 성폭력에 대한 심각성과 성인식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며 강간죄 처벌에 관한 북한 형법을 언급했다.
실제 2015년 북한 형법 제297조는 ‘강간한 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했으나, 2022년 개정된 북한 형법 제319조는 ‘4년 이하의 노동교화형’, ‘여러 번 강간했거나 윤간한 경우 4년 이상 9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으로 명시하고 있어 성범죄 형량이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 연구위원은 “북한은 여성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여전히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피해자의 보호 및 예방 절차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당국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사형 규정을 확대하고 있어 북한 주민들의 생명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은 “기존 북한법은 형법과 형법부칙(일반범죄)에서만 사형을 명시하고 개별법규에서는 형벌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형법에 따라 처벌했으나 최근에는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개벌법규에 처벌 규정과 함께 사형을 명시하고 있다”며 “비상방역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평양문화어보호법, 마약범죄방지법에서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비상방역법과 관련해서는 “최고형을 사형으로 규정한 것은 2020년 제정 당시 2개 조문에서 2021년 개정을 통해 3개 조문으로 증가했다”며 “이는 과도한 조치로 비례성에 반한다는 점에서 생명권에 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2023년 조사 결과, 비상방역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방역조치 위반에 대한 공개처형 증언이 수집됐다”며 “2023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들은 코로나19 시기 방역조치를 위반한 사람을 공개처형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에는 공개처형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탈북민 증언이 수집되고 있다. 이에 이 실장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증언을 종합할 때 2010년 전후를 시작으로 공개처형이 감소하고는 있지만 사라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처형 자체가 감소한 것인지 아니면 처형 자체는 유지되는 가운데 공개처형이 비밀처형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인지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우태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 연구위원은 2023년 조사를 통한 탈북민 증언을 토대로 “김정은 정권의 식량증산정책인 포전담당책임제가 정책 취지에 맞지 않는 운영, 현실을 고려치 않는 과도한 생산계획, 간부들의 만연한 부패 등으로 인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북한이 지속적으로 식량 부족 상황을 겪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의 식량증산정책 실패로 인한 식량 부족 고착화로 북한 주민들의 식량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2023년 조사에서 다수의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에서 식량배급이 전혀 없었다고 증언했으며, 일부는 북한에서는 식량 배급제가 붕괴돼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증언을 한 점을 보면 북한의 식량 배급 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또 그는 “우선 당 간부와 지배인, 보안원, 보위원 등 사회 권력층에게는 일반 노동자나 농장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배급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불평등한 배급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