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함경북도 일부 지역에서 세대별 비상용품 준비 상태에 대한 검열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에는 식량이나 의약품뿐 아니라 ‘가시방망이’까지 준비하라는 요구가 내려지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도둑을 잡으라는 것이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1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지난달 31일 청진시에서 인민반별 회의가 열렸는데, 여기에서 각 세대가 가시방망이를 비상용품으로 준비하라는 포치가 있었다”며 “이후 현재 청진시 송평구역에서는 인민반장과 지역 담당 안전원이 집마다 돌면서 비상용품 준비 상태를 검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검열에서는 각 세대가 유사시에 필요한 비상연락망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가시방망이와 고춧가루를 담은 봉투 등 비상용품을 준비해두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피고 있다. 여기서 고춧가루는 위급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눈에 뿌려 제압하거나 접근을 막는 방범용으로 준비해 두도록 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평소에도 비상·긴급 상황에 대비해 세대원 한 사람당 1㎏가량의 식량과 의약품, 고체연료, 양초, 손전지 등을 갖춰 놓으라고 요구한다. 갑작스럽게 일이 터졌을 때 외부의 지원 없이 일정 기간 스스로 살 수 있도록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물품을 미리 마련해 두라는 취지다.
다만 이번 검열에서는 세대별 가시방망이 준비가 특별히 강조돼 주민들의 이목을 끌었다는 전언이다.
가시방망이는 길이 약 70㎝의 나무를 손잡이가 달린 둥근 형태로 깎고 손잡이를 제외한 부분에 촘촘히 못을 박아 만든 방범용 도구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학교나 인민반 경비시설에 가시방망이를 비치해 두고 도둑이 들거나 소란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경비에 주로 사용하는 가시방망이를 왜 세대마다 비상용품으로 준비해둬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인민반 회의에 참석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가시방망이의 용도를 두고 의문이 잇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2년 전에는 고춧가루를 비상용품에 넣으라고 해서 사람들이 웃었는데 이번에는 가시방망이를 준비하라고 해서 또 한 번 웃었다”며 “주민들은 가시방망이가 도둑을 때려잡을 때 쓰는 물건이라는 점에서 집마다 갖춰 놓고 도둑과 싸우라는 것이냐고 말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송평구역 서항동의 한 주민은 인민반장에게 ‘5×5㎝ 각자에 손잡이만 깎으면 되는가’라고 묻기도 했다”며 “나무를 둥글게 다듬고 못까지 박으려면 품이 많이 드는 만큼 각자에 손잡이만 대충 만들어 형식적으로 검열에 대비하려는 심산”이라고 했다.
이번 검열은 언제 방문한다고 알리지 않은 채 담당 안전원이 인민반장과 함께 각 세대를 불시에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비상용품 준비가 미흡하면 강하게 지적을 받고, 후에 다시 검열받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당장 먹을 식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비상용품을 따로 마련해 보관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가시방망이까지 준비하라는 요구가 더해지면서 불만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당장 먹을 쌀도 없는데 따로 보관해 둘 예비 식량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기도 하고 ‘핵무기까지 가진 나라에서 우리가 가시방망이까지 준비해야 하느냐’며 비아냥이 섞인 말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이 유사시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각 세대에 이런저런 비상용품 준비를 요구하고 있지만, 당장 먹고살기도 버거운 주민들에게는 또 하나의 부담스러운 과제로 받아들여지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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