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업 변화, 남북협력 새 접점…식량 지원 넘어서야”

13일 경기도 안산시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과 데일리NK가 공동으로 합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농업과 농촌의 변화가 향후 남북 협력의 중요한 접점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제언이 나왔다. 단순한 식량 지원을 넘어 비료, 농기계, 농업용 에너지, 기후변화 대응, 종자·기술 협력 등 북한이 필요성을 인정해 온 분야를 중심으로 협력 준비를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관호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 연구위원은 13일 경기도 안산시 한국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에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과 데일리NK가 공동으로 개최한 합동 세미나에서 북한의 최근 농업정책 변화와 남북 농업 협력 방향을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2021년 국제사회에 자연재해 취약성, 비료 부족, 농기계화 미달 등 농업 분야의 구조적 취약점을 공식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며, 농업 분야가 향후 남북 협력 가능성이 높은 영역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 자리에서 남북 농업 협력이 과거처럼 긴급 식량 지원이나 일회성 물자 제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농업 구조와 식생활 변화, 농촌 산업화 흐름을 고려할 때 밀 산업 공동 인프라 구축,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농업용 전력 지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종자·기술 협력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김 연구위원은 협력의 범위를 1차 생산 부문에만 한정하지 말고, 가공·유통 부문까지 확대하는 방식으로 협력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생산한 농산물을 저장·가공·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줄여 농촌의 지속 가능한 소득 기반을 만드는 방향으로 협력을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세미나에서는 북한 농촌의 실제 변화도 함께 논의됐다. 이상용 데일리NK AND센터 디렉터는 “북한이 농촌 살림집 건설과 양곡판매소 운영, 디지털 결제 시스템 도입 등을 통해 농촌 현대화를 선전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주민 부담과 국가 통제도 동시에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북한이 농촌 주택 건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으나 내부 인테리어와 전기·수도 시설 일부는 입주자 부담으로 처리되는 사례가 있다는 게 이 디렉터의 설명이다.

그는 “양곡판매소와 국영 상점, 디지털 결제 시스템 확대는 주민 생활 개선 조치인 동시에 식량 유통과 소비 흐름을 국가가 더 촘촘히 파악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이승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북한의 건설 정책이 자력갱생, 속도전,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이념적 토대에 기반하고 있으며, 건설 사업 추진 구조는 조선노동당의 정책 결정-내각의 계획 수립-군(軍)의 시공 동원이라는 삼중 체계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지방발전 20×10 정책을 대표적 건설 사례로 들었다. 특히 매년 20개 시·군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방발전 20×10 정책이 북한이 지방과 농촌의 생활 여건 개선을 체제 성과로 선전하려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남북관계가 당장 개선되지 않더라도 농업·임업·환경 분야의 전문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대북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기술 교류와 국제 학술 협력, 공동 연구를 준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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