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고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조건부 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한국의 대북 유화적 태도에 대해서는 ‘기만극’이라고 폄하하며 대남 적대 노선을 다시금 명확히 했다.
북한의 최대 정치 행사인 9차 당대회가 지난 19일부터 7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25일 폐막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당대회가 폐막했음을 알리며 김 위원장이 앞서 20일과 21일 진행한 ‘사업총화 보고’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고에서 “만일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에 명기된 우리 국가의 현 지위를 존중하며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 우리도 미국과 좋게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다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는 것은 물론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만 그는 “미국이 관습적으로 우리에게 해오던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고 끝까지 대결적으로 나온다면 우리도 비례성 대응에 일관할 것이며 그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충분하다”고 위협했다.
그러면서 “조미(북미)관계의 전망성은 미국 측의 태도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평화적 공존이든 영원한 대결이든 우리는 모든 것에 준비돼 있으며 그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을 미국에 떠넘겼다.
한국 향해서는 “상론할 일 없다”…붕괴 가능성까지 거론
이렇게 미국에 대해 조건부 관계 개선의 여지를 둔 김 위원장은 한국을 향해서는 적대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김 위원장은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며 “한국을 철저한 적대국, 영원한 적으로 다루어 나가려는 우리의 결심과 의지는 강고하며 결론적”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3년 12월 노동당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밝힌 ‘적대적 두 국가 관계’ 기조를 강화해 나갈 것임을 다시 한번 밝힌 셈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몇년어간 가깝게는 올해 초에도 한국은 공화국에 대한 영공침범 도발과 같은 엄중한 행위로 신뢰할 수 있고 공생할 수 있는 이웃이 아님을 명백히 보여줬다”며 “한국의 현 집권 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투른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맹비난했다.
특히 그는 “한국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우리와의 모든 것을 단념하고 우리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라며 “핵보유국의 문전에서 실행되는 한국의 부잡스러운 행동이 우리의 안전 환경을 다쳐놓은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 우리는 임의의 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 행동의 연장선에서 한국의 완전붕괴 가능성은 배제될 수 없다”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대미 핵 고도화, 대남 재래 전력 증강…‘투트랙 억제’ 지속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은 “국가 핵무력을 더욱 확대 강화하고, 핵보유국 지위를 철저히 행사하는 것은 우리 당의 확고부동한 의지”라며 핵포기 불가론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의 핵보유국 지위는 적수들의 잠재적 위협을 억제하고 지역 안정을 유지하는데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국가 핵무력은 나라의 안전과 이익, 발전권을 믿음직하게 보장하는 기본 담보이고 강력한 안전장치”라며 “핵무기 수를 늘이고 핵 운용 수단과 활용 공간들을 확장하기 위한 사업에 전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새 5개년 계획 기간 국방발전의 중요 과업으로 ▲더욱 강력해진 지상 및 수중 발사형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종합체 ▲각이한 인공지능 무인 공격 종합체 ▲유사시 적국의 위성을 공격하기 위한 특수 자산과 적의 지휘 중추를 마비시키기 위한 매우 강력한 전자전 무기 체계 ▲더욱 진화된 정찰 위성 등을 언급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한국과 잇닿아 있는 남부 국경선을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요새화하고 경계 체계와 화력 체계들을 보강할 데 대한 당의 군사전략적 방침을 책임적으로 관철해야 한다”며 “한국 지역을 억제하기 위한 주력 타격 수단들인 600㎜ 방사포와 신형 240㎜ 방사포 체계들, 작전전술 미사일종합체들을 연차별로 증강 배치해 집초 공격의 밀도와 지속성을 대폭 제고함으로써 전쟁억제력의 핵심 부문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압제하기 위한 핵무력 개발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한국 억제를 위해 재래 무기를 확대 배치하겠다는 의미다.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 김주애도 등장…ICBM은 미포착
한편, 북한은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9차 노동당 대회 폐막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성대히 개최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새로 선출된 당 중앙군사위원회 지도부와 나란히 주석단에서 열병식을 관람했다. 이 자리에 김 위원장의 딸 주애와 부인 리설주도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열병식 연설에서 “우리 무력은 모든 상황에 준비되어 있다”면서 “우리 군대는 나라의 주권과 안전, 이익을 침해하여 가해지는 어떤 세력의 군사적 적대행위에 대해서도 즉시에 처절한 보복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열병식에는 각 군종·병종·전문병종 등 50여 개 도보종대, 열병비행종대가 참가했으며 일부 포병 장비가 확인됐다.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심 전략무기는 포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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