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데일리NK는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보도하고자 합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파견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이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이 된 주민들이 해외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억압된 채 인권을 유린 당하는 사례들을 수집·취재해 국제사회에 전함으로써 그들의 인권이 개선되고 상황이 변화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

북한 당국이 수익성이 낮은 해외 노동자 파견 계약에는 제동을 걸면서도, 파견 규모 자체는 오히려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데일리NK는 북한이 기존 해외 인력 파견 허가권인 ‘와크’를 사실상 회수하고, 노동자가 생산한 제품의 최종 판매가격과 현지 고용회사의 수익까지 따져 국가에 충분한 외화가 들어오는 계약에만 인력 파견을 승인할 방침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는 북한 노동력을 헐값에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그물에 갇힌 인권] 북한, 해외 노동자 ‘헐값 파견’ 제동 나섰다)
다만 최근 북한 내부의 움직임을 보면 ‘헐값 파견 제동’이 해외 인력 사업의 축소를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이 낮은 계약은 정리하되, 국가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나라와 업종에는 더 많은 인력을 보내려는 선별적 확충 전략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9차 당대회(2월 중순)와 6월 전원회의 이후 중앙당 경제부에서 해외 노력(노동력) 진출을 늘리라는 방향이 재차 제시됐다”면서 “내각 대외경제성을 거쳐 각 성·중앙기관과 대외건설회사들에 후보자 선발 과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계약 가격을 높이려는 것과 파견 인원을 늘리려는 것은 겉보기에 서로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 추진되는 정책의 핵심은 해외 노동자를 적게 보내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돌아오는 수익이 적은 계약을 걸러내고 더 많은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에 인력을 집중하는 데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소식통은 “사람을 눅게(싸게) 주지 말라는 것이 사람을 내보내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국가에 남는 것이 없는 계약은 하지 말고, 조건이 좋은 곳에는 필요한 인원을 더 조직해 보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북한 당국은 해외 노동자 파견을 설명할 때도 ‘외화벌이’라는 표현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대외경제협력 확대’, ‘기술·인력 교류’, ‘국가경제발전을 위한 대외사업’ 등의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노동자 파견이 단순히 기관이나 무역회사의 외화벌이 사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 목표와 대외관계를 뒷받침하는 공식적인 경제협력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해외 파견 인력 확충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국가 외화와 재정수입 부족”이라면서 “로씨야(러시아)와 중국과의 협력 확대는 필요한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해 국가계획분과 각종 외화 과제를 충당하는 동시에 러시아·중국과의 경제협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별 외화벌이에서 국가 주도 인력사업으로
과거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은 외국에 거래 기반을 둔 기관이나 무역회사가 현지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뒤 북한에서 필요한 인력을 받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앙당이 파견 국가와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내각 대외경제성이 각 기관에 인원 선발 과제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 중앙당은 전원회의 결정과 개별 사업 제의서 비준을 통해 파견 방향과 규모를 정하고, 내각 대외경제성은 수도건설지도국, 대외건설지도국 등을 통해 민간 노동자 파견을 조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의 군사·재건 사업과 연결된 인력은 군과 특수기관이 별도의 계통을 통해 관리하는 구조로 돼 있다.
소식통은 “전체적으로 몇 명을 내보낸다는 목표는 국가비밀로 취급된다”면서도 “각 기관을 통해 수백 명에서 수천 명씩 과제를 나눠주고 후보자 명단과 준비 상태를 보고받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외 노동자 파견의 주도권이 개별 회사에서 중앙당과 내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가가 계약 조건뿐 아니라 어느 나라에 어떤 인력을 얼마나 보낼지까지 직접 결정하는 체계가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과거에는 회사들이 외국에서 일감을 잡고 사람을 요구하는 형태가 강했다면, 지금은 국가 간 협력사업에 노력을 묶어 보내는 방식으로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이지윤 북한인권시민연합 팀장은 이 같은 움직임을 새로운 전환이라기보다 기존 국가 통제 체계 안에서 북한의 사업 선택지가 넓어진 것으로 평가했다.
이 팀장은 “북한은 과거에도 해외 인력 파견에서 수익성을 중시했고, 기관별로 할당을 받아 운영하는 해외 사업소들 사이에도 경쟁이 있었다”면서 “최근에는 북중·북러 협력이 확대되고 제재 이행을 감시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북한이 활용할 수 있는 외화 획득 수단과 사업 선택의 폭도 넓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러시아·중국 중심 노동자 파견 확대 가능성
현재 북한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노동자 파견 국가는 러시아로 알려졌다. 러시아에는 비교적 큰 규모의 노동력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러 간 정치·군사적 관계가 강화된 것도 북한이 인력 파견을 확대할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식통은 “로씨야에서는 꾸르스크(쿠르스크) 지역 재건과 극동지역의 주택·공장 건설, 벌목·제조업 인력 수요가 크다”면서 “일반 건설 인력뿐 아니라 공병과 군 건설 인력까지 함께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측은 지난 2025년 6월 북한이 쿠르스크 지역에 군사 건설 인력 5000명과 지뢰 제거 임무를 담당할 공병 1000명을 보내기로 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이 발간한 북러 군사협력 관련 보고서(2025)에 따르면, 북한이 2024년 러시아에 노동자 8000명분의 비자를 요청했으며, 2024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건설업 198명과 섬유업 283명 등 481명을 파견했을 가능성이 있고, 2025년 상반기 건설·임업 분야에 수천 명을 추가로 보낼 계획도 포착됐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지난 3월 발표한 ‘무기 개발과 사회 억압을 지탱하는 자금구조’ 보고서에서 북한 국방성과 사회안전성, 핵 관련 기관 등에 소속된 군인들이 유학생 신분으로 위장해 러시아 건설 현장에 투입됐다고 밝힌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기업 76곳이 2023년 10월부터 2025년 6월까지 현지 대학 계좌로 27억 루블, 약 3000만 달러를 보내 이를 ‘장학금’ 명목으로 지급했으며, 북한 군·보안기관과 연계된 위장 법인도 108개가 확인됐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이렇게 확보된 수익이 북한의 군·보안기관과 주요 건설사업 등으로 흘러간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러시아 인력 파견이 개별 회사의 외화벌이를 넘어 북한의 군·특수기관과 러시아 현지 기업·교육기관이 결합한 국가 차원의 인력·자금 조달 사업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팀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공개한 통계를 살펴보더라도 학생비자나 노동비자 통계만으로는 실제 북한 인력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신분과 자금 흐름이 우회되기 때문에 노동자의 이동뿐 아니라 교육기관과 고용회사, 관련 계좌 사이의 자금 흐름까지 함께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중국과 러시아 당국의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 인력과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했다.
중국으로의 신규 노동자 파견도 최근 북중관계 회복 분위기 속에서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다시 중국으로] 한 달 새 1만 명이…北 신규 노동자 파견 급물살)
소식통은 “중국은 이미 조선 노동자를 활용하는 공장과 회사들이 있고 관리 체계도 갖춰져 있다”면서 “중국 측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인원을 교체하거나 새 사람을 넣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과 동남아시아로의 인력 파견 확대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 건설과 식당, 봉제, 서비스업 계약을 소규모로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의 수익성과 현지 관리 가능성을 확인한 뒤 파견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국 수요 활용 전략…공급망 전체 구조 파악 중요해져
북한 노동자를 찾는 이유도 국가에 따라 다르다.
먼저 중국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와 높은 숙련도, 집단생활에 따른 관리의 용이 등이 북한 노동자 고용의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소식통은 “조선 노동자들은 손이 빠르고 꼼꼼하며 깐지게 일한다고 평가받는다”면서 “개별적으로 출퇴근하는 현지 노동자보다 집단으로 숙식시키고 관리하기 편하다는 점도 외국 회사들이 좋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여기에 전쟁 이후의 심각한 인력 부족과 북러 간 정치적 관계가 더해진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가 단기간에 대규모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파견 규모와 계약 가격을 함께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해외 노동력을 값싼 인력으로 무조건 공급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상대국의 상황과 수요를 협상에 활용하려 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다만 계약 가격이 높아진다고 해서 노동자 개인이 받는 임금이나 처우가 그만큼 개선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노동자의 권리 강화보다 국가의 외화 수입을 늘리기 위한 사업 재편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5년 데일리NK AND센터의 중국 내 수산물 가공공장 보고서(참조)에 따르면, 계약상 월 3000위안 안팎으로 책정된 임금 가운데 일부 노동자의 실수령액은 600위안 수준에 그쳤다.
북한이 국가별 맞춤형 파견 전략을 세우고 있는 만큼 해외 노동자 문제를 들여다보는 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과거에는 북한이 해외에 노동자를 몇 명이나 파견했는지가 주요 관심사였지만, 파견이 국가 간 협력사업과 결합되고 노동자들이 여러 지역과 업종에 분산되는 상황에서 단순 숫자만으로는 파견 사업의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예컨대 러시아에서는 북한 인력이 일반 주택이나 공장을 건설하는지, 전쟁 피해 지역의 기반시설을 복구하는지, 군사시설이나 군수산업과 관련된 작업에 참여하는지를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 특히 민간 건설 노동자와 군 건설인력, 공병이 서로 다른 지휘·관리 체계를 통해 파견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들의 소속과 임무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중국의 경우에는 단순히 북한 노동자가 수산물 가공공장이나 봉제공장에서 일한다는 사실만 확인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어느 회사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지, 노동자들이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해당 제품이 어떤 중간 업체와 유통망을 거쳐 어느 나라에서 판매되는지까지 추적해야 북한 노동력이 연결된 공급망의 전체 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가발과 인조 속눈썹 같은 품목은 북한 교화소 등 구금시설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뒤 중국산으로 둔갑해 유통되기도 한다”면서 “품목과 생산 지역을 특정해 포괄적으로 공급망을 추적하고, 관련 상품에 대한 제재와 기업의 인권실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추적은 강제노동의 책임 주체를 확인하고 관련 기업에 공급망 책임을 묻는 데도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해외 노동자들은 이동의 자유와 정보 접근은 물론 일상생활 전반에 제약을 받는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벌어들인 돈이 북한 정권으로 흘러 들어가 체제 유지와 무기 개발·확보에 쓰인다는 점에서 해외 노동자 문제는 인권과 안보, 경제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사안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NK 기획취재팀=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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