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석탄 증산의 그늘…고령자·여성까지 탄광에 내몬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14일 “순천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 천성청년탄광 직맹 초급 선전일꾼(간부)들이 화선식 정치사업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평안남도 순천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에서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과거 굴진·채탄공으로 일하다 은퇴한 고령자와 지역 여성들까지 석탄 생산 현장에 동원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당 조직의 지시 아래 사실상 선택권 없이 노동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는 단순한 생산 독려의 차원을 넘어 노동권과 안전권 침해 소지가 큰 문제다.

북한 당국은 올해 들어 석탄 생산을 국가 경제의 핵심 과제로 더욱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월 순천지구청년탄광연합기업소 천성청년탄광을 직접 찾아 석탄 생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6월 당중앙위원회 제9기 제2차 전원회의에서는 천성청년탄광을 기계화·정보화가 실현된 ‘표준탄광’으로 꾸리고 석탄공업 전반을 개선할 것을 주문했다.

석탄은 북한에서 화력발전뿐 아니라 금속·화학공업 등 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중요한 자원이다. 그만큼 생산 압박도 거세다. 데일리NK는 지난 1월 29일 평안남도 주요 탄광에서 월별 석탄 생산 실적이 중앙에 보고되는 등 증산 압박이 이어지고 있으며, 현장에서는 성과가 결국 탄부들의 희생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식량과 물자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주민들이 탄광 배치를 꺼리는 분위기도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당대회 앞두고 탄광에 증산 압박 거세져…현장에선 씁쓸함 토로)

문제는 이러한 구조적인 노동력 부족을 작업환경 개선이나 충분한 보상으로 해결하기보다 추가적인 인력 동원으로 메우려 한다는 점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제는 오랫동안 갱내 작업에 종사하다 은퇴한 고령자와 지역 여성들까지 생산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에게 실제로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었는지, 동원을 거부할 경우 조직적 비판이나 생활상 불이익이 뒤따르는지가 특히 중요하다.

고령 노동자의 갱내 투입은 안전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오랜 기간 탄광에서 일한 은퇴자라면 체력 저하나 직업성 질환 등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사람을 다시 굴진·채탄 작업이나 석탄 운반, 갱내 보조 작업에 투입하면서 충분한 건강검진과 안전교육, 보호장비조차 제공하지 않는다면 사고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 탄광의 열악한 안전 여건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 갱도의 노후화와 침수, 장비 부족 등은 생산성뿐 아니라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동원이 ‘자원’과 ‘충성’, ‘애국’의 이름으로 포장될 가능성이다. 노동에 응하지 않을 경우 정치적·사회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거부가 어렵다면 이를 온전한 자발적 노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2024년 북한 강제노동 보고서에서 국가가 배정한 직장과 각종 작업 동원, 여성동맹·청년동맹 등을 통한 노동 동원이 북한 주민의 삶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업 역시 노동 강도가 높고 위험성이 큰 대표적인 분야로 언급됐다.

국제인권규범에서도 문제는 분명하다. 북한이 가입한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은 강제 또는 강요된 노동을 금지하고 있으며,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ESCR)은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서 일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요구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특정 노동 부담이 집중적으로 부과된다면 여성차별 문제도 함께 제기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석탄 생산량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주민에게 어떤 대가를 요구하고 있느냐다. ‘표준탄광’을 만들겠다면서 정작 부족한 노동력을 고령자와 여성의 추가 동원으로 메우고, 이들에게 충분한 선택권과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노동환경 개선과 거리가 멀다. 북한 당국은 생산 목표에 앞서 노동자의 자발적 선택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국제사회 역시 북한의 석탄 생산 현장에서 벌어지는 노동 동원과 안전 실태를 지속적으로 기록하고 제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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