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데일리NK는 중국, 러시아 등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보도하고자 합니다. 현재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파견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이를 더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데일리NK는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 수단이 된 주민들이 해외에서 정치적, 경제적으로 억압된 채 인권을 유린 당하는 사례들을 수집·취재해 국제사회에 전함으로써 그들의 인권이 개선되고 상황이 변화되는 데 조금이나마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

북한 당국이 해외 노동자 파견 허가권을 전면 회수하고, 기존 계약의 수익성을 원점에서 다시 심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는 북한 노동자가 생산한 제품의 최종 판매가격과 해외 고용회사의 수익까지 따져 국가가 충분한 외화를 확보할 수 있는 계약에만 인력 파견을 승인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최근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 채용이 임금 문제로 무산됐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런 북한 내부 방침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NK뉴스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러시아 오렌부르크시는 지난해 환경미화 등 공공업무에 북한 노동자를 투입하려 했으나 임금 문제로 무산됐다. 시가 지급할 수 있는 임금은 월 5만 5000루블, 약 715달러였지만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이보다 2~3배 높다는 이유다.
북한 대외경제 부문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이를 단순한 ‘임금 올리기’나 이른바 ‘바가지 전술’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수익성이 낮은 해외 인력 계약을 승인하지 않는 방향으로 파견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꿨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덧붙이면서다.
“기존 와크 있다고 계속 사람 내보낼 수 있는 구조 아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2025년 12월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3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이후 기존에 발급됐던 해외 인력 파견 허가권, 이른바 ‘와크’를 사실상 전면 회수했다.
여기서 와크는 북한 기관이나 무역회사가 특정 국가에서 무역사업을 하거나 노동자를 파견할 수 있도록 국가가 부여하는 허가권이다. 과거에는 일단 와크를 확보한 기관이 해외에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현지 기업과 협의해 파견 규모와 임금 등을 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시 말해 이전에는 해외에 거래 기반을 확보한 기관이나 무역회사가 현지 중개업자나 고용주와 먼저 협상·계약한 뒤 북한에서 노동자를 모집해 파견하는 방식이 일정 부분 가능했다. 그러나 새 방침이 내려진 뒤에는 기존에 해외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노동자를 파견해 온 회사도 중앙의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전처럼 와크가 하나 있다고 해서 계속 사람을 내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원회의 이후 기존 와크를 일단 다 거둬들이고 계약 조건과 국가에 들어오는 돈을 다시 따지기 시작했다”면서 “외국에 이미 몇 년 동안 사람을 보낸 회사도 새 기준에 맞지 않으면 연장이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앞서 전원회의 결정을 대외경제 관련 단위에 포치하고, 2026년 2월 열린 9차 당대회를 계기로 이를 구체적인 집행 사업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가에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사업을 선별해야 한다는 지침이 강조됐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국가에 이익 안 되는 저가 계약 경계…“무조건 사람 주지 말라”
북한 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해외 파견 기관이나 현지 책임자가 국가에 충분한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저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환경미화, 단순 농업, 건설 보조와 같은 분야에서 현지 고용주가 낮은 임금을 제시할 경우 인력 부족이나 기존 거래관계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도 전해졌다.
북한 당국은 ‘사람을 눅게(싸게) 주지 말라’는 표현으로 현장에 지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헐값에 노동력을 제공하지 말라는 뜻이다.
소식통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만 듣고 무조건 주지 말라는 것이 새 방침이다. 당장 인력을 내보냈을 때 국가에 남는 실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계약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결국 국가가 요구하는 몫이 나오지 않는다면 안 보내도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노동자 파견 계약에서는 노동자들의 임금만 고려되는 것이 아니다. 파견 기관의 운영비와 현지 책임자 체류비, 노동자의 숙식비와 교통비, 작업복과 장비 구입비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 당국에 납부해야 하는 국가계획분과 각종 외화 과제도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노동력 부족이 심각한 러시아가 북한 인력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협상에 적극 활용하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파견 인원을 늘리기보다 노동력 공급을 제한하면서 계약 가격을 높이고, 국가에 들어오는 외화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노동자가 생산한 제품의 최종 판매가격과 수익까지 따진다
해외 인력 파견 계약을 심사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고 한다. 과거에는 현지 고용회사, 북한에서 ‘대방’이라고 부르는 거래 상대와 체결한 계약서와 노동자 수, 임금, 숙소와 작업조건 등이 주요 심사 대상이었다.
그러나 새 방침에 따라 파견 기관은 북한 노동자가 참여하는 생산과 유통의 전체 구조를 보여주는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가 어떤 원자재를 이용해 어떤 제품을 생산하는지, 원자재는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생산된 제품이 몇 차례 가공되는지, 중간 가공과 유통에 어떤 회사들이 참여하는지 세세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종 수출국가와 제품을 구매하는 회사, 현지 또는 제3국 시장에서의 최종 판매가격, 북한 노동자에게 책정된 임금이 제품의 최종 가격과 전체 수익에 비춰 타당한지 등을 설명한 분석 자료도 요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제는 대방과 쓴 계약서 한 장만 들이민다고 와크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원료가 어디서 들어오고 조선(북한) 노동자가 무엇을 만들며, 그 물건이 몇 차례 가공돼 어느 나라 어느 회사로 나가는지까지 적어야 한다”면서 “마지막에 얼마에 팔리는지도 밝히라고 하는데, 이는 대방이 큰돈을 벌면서 사람값을 조금 주는지 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노동자가 만들어 낸 제품의 부가가치까지 따져 노동의 대가를 책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시에 북한 측 책임자들이 실제 계약 금액을 축소 보고하거나 중간 차액을 나눠 갖는 행위를 차단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임금 협상과 닮은 논리
이번 조치는 과거 개성공단에서 북한이 우리 측에 임금 인상을 요구했던 모습과도 일정 부분 닮아있다. 북한은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을 주요 협상 의제로 제기했는데, 실제 2015년 열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에서도 임금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됐다.
당시 북한이 내세운 논리와 현재 해외 노동자 파견에서 내세운 논리의 공통점은 북한 노동력을 이용해 상대 기업이 얻는 이익과 북한에 돌아오는 몫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데 있다. 단순히 노동자가 몇 시간 일했는지를 기준으로 임금을 정할 것이 아니라, 북한 노동자의 생산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최종적으로 얼마의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차이도 있다. 개성공단 임금은 남북 간 합의와 공단 노동규정이라는 틀 안에서 협상이 이뤄졌다면 현재의 해외 노동자 파견은 북한 당국이 국가별·업종별 계약의 수익성을 직접 심사하고, 와크를 발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통제된다. 지금은 북한이 해외에 공급하는 노동력의 가격을 중앙에서 정하고 국가가 원하는 수익에 미치지 못하는 계약은 처음부터 차단하는 구조인 셈이다.
계약 금액 상승이 노동자 임금 상승 의미하진 않아
문제는 북한 당국이 해외 파견 노동자의 임금 계약 단가를 높이더라도 노동자 개인의 실제 수령액이 그만큼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계약 금액에서 국가납부금과 파견 기관 운영비, 숙식비, 현지 관리비 등이 공제되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것도 노동자의 임금이나 권리보다는 해외 파견을 통해 국가가 확보할 수 있는 ‘최종 실익’인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AND센터가 중국 내 수산물 가공공장의 강제노동 실태를 조사한 결과(보고서 참조)에서도 계약서상 임금과 실제 수령액 사이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 북한 노동자들은 계약상 월 3000위안 안팎의 임금을 받아야 했지만, 일부 노동자가 실제로 받은 돈은 계약 임금의 10~20% 수준에 그쳤다.
“공장에서 지급하는 금액은 3000위안 이상인 것 같은데, 내가 실제로 받는 돈은 300~500위안 정도예요. 가끔 800위안을 받을 때도 있어요. 70~80%는 국가에 들어갑니다. 추위에 떨고 더위와 땀에 절어 일해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10~20%뿐이에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 증언)
앞서 알베르트 유마딜로프 러시아 오렌부르크 시장은 북한 노동자들이 본국에서 월 1400~2100달러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며 고용 불발의 이유를 에둘러 설명했다. 북한 노동자들을 고용하려면 그 정도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피터 워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월 2000달러는 북한 현지의 일반 노동자도 받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만약 북한 측이 러시아에 월 2000달러를 요구했다면, 중국 등 기존 파견 사업이 기대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는 판단과 해외 노동시장의 수익 구조에 대한 오판이 겹치면서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워드 연구위원은 북한 노동자의 계약단가를 개인 임금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도 지적했다. 해외 파견 사업에서는 국가납부금 외에도 일감의 형태에 따라 중개수수료와 현지 관리비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규모 작업조가 며칠 단위로 공사나 작업을 맡는 이른바 ‘청구 사업’의 수익 구조는 또 다르다. 결국 북한 측이 요구하는 금액 가운데 파견 기관과 중개인, 현지 관리 조직이 각각 얼마를 가져가고 노동자 개인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몫이 얼마인지를 구분해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와크 회수와 재심사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이 ‘많은 인원을 싼값에 내보내는 방식’에서 ‘제한된 인력을 국가가 독점적으로 관리하면서 높은 가격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당국이 내세우는 ‘자생자결’ 구호 역시 외부와의 거래를 줄이겠다는 의미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흐름을 중앙이 직접 파악하고, 노동자 파견을 비롯한 대외경제 활동을 국가에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려는 경제적 계산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워드 연구위원은 “실제 자금 흐름을 확인하려면 현지 고용업체와 중개인 등 업계 관계자들과 지속해서 접촉하면서 계약단가가 왜 달라졌고, 그 금액이 어떻게 배분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를 노동착취와 인권침해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며 “노동자들이 자신의 처지와 외부 세계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정보접근권과 외부 정보 유입 문제도 함께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데일리NK 기획취재팀=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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