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개정 헌법에 영토조항 신설…대남 적대 문구는 없어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정의하고 핵무력 지휘권 첫 명시…"정상국가 이미지 갖기 위한 개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24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2일 회의가 23일에 진행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을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개정 헌법에 휴전선 이북 한반도 북반부를 주권 영역으로 삼는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조국통일 3대 원칙에 관한 문구를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적대적 두 국가론’에 따른 영토조항 신설, 통일 조항 삭제 여부는 북한 헌법 개정의 초미의 관심사였는데, 이번에 확인이 된 것이다. 다만 개정 헌법에 대남 적대 문구는 반영되지 않았다.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기자단 대상 간담회에서 공개된 북한 개정 헌법 전문에 따르면 북한은 제2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역은 북쪽으로 중화인민공화국과 로씨야(러시야)연방,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와 그에 기초하여 설정된 영해와 영공을 포함한다”는 포괄적인 영토 규정을 담았다.

또 같은 조항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영역에 대한 그 어떤 침해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라며 불가침성을 명문화했다.

아울러 북한은 기존 헌법 제9조에 명시돼 있던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는 조국통일 3대원칙 문구를 삭제했다. 그러면서도 개정 헌법에 대한민국을 제1적대국으로 규정하는 등 대남 적대 문구는 싣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이정철 서울대 교수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여러 번 얘기해왔는데, 이번 헌법에서 다행스럽게 적대적이라는 형용사와 관련된 표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이라는 표현이 사라져서 두 개 국가론은 양보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라면서도 “영토 조항을 신설하고 국가성을 강조하는 표현과 규정들이 생겨났지만 그럼에도 적대적 관계, 교전국 관계 성격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남북 평화공존으로 가는 하나의 인프라가 마련될 수 있겠다는 희망적 판단을 해볼 수 있다”고 평했다.

북한이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부정하는 새로운 해상 국경선을 헌법에 명문화하지 않고 주권 영역을 모호하게 규정한 것 역시 분쟁 요인을 만들고 싶지 않은 의사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평가다.

그런가 하면 이 교수는 “북한이 정상국가 이미지를 갖기 위해 전체적인 헌법을 디자인한 것 아닌가 하는 판단을 했다”며 “그 과정에서 사회주의 헌법이라는 명칭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바꾼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헌법 서문에 있던 선대의 국가건설·통일 업적을 통째로 들어내고 ‘김일성-김정일 헌법’ 규정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굳이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붙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 개정 헌법에 ‘제국주의 침략자들’, ‘내외적대분자들의 파괴 책동’ 등과 같은 전투적 표현들을 삭제한 점, 무상치료와 같은 사회주의적인 국가 지원 조항을 없애고 시장 원리·자기부담 원리에 기반한 경제적 조치를 반영한 점 역시 소위 정상국가의 일반적 헌법 형태를 갖추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개정 헌법에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위상이 대폭 강화된 점도 눈에 띈다.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정의하면서 유일하게 국가를 대표할 권한을 부여하는가 하면, 헌법 제6장(국가기구)의 배열 순서도 사상 처음으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가장 앞에 배치됐고, 최고인민회의의 국무위원장 소환권도 삭제돼 견제 기능이 폐지됐다.

특히 북한은 개정 헌법 제89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에 대한 지휘권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에게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핵무력사용권한을 위임할 수도 있다”라는 내용을 새롭게 명기해 모든 무력에 대한 국무위원장의 통솔권을 명문화하고 핵 사용 권한의 위임 근거를 마련했다.

한편, 북한은 개정 헌법에 지방발전 정책과 관련한 조항(제26조)을 신설하며 정책 목표와 국가적 지원 의무를 규정했다.

또 개정 헌법 제75조에 군(軍)을 중심으로 국가의 특별 보호 대상을 확대하고, 해외군사작전 참전열사 유가족도 특별 보호 대상에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이는 러시아 파병 참전 군인과 그 가족들을 위한 보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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