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경비대 군인들 도둑질 내몰려…빈손 복귀 땐 폭행도

식량 부족에 민가·농경지에서 닥치는 대로 훔쳐…상생 관계에서 이제는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북한 당국이 제작한 영상의 일부. 국경경비대가 식량을 쌓아 놓은 모습이라면서 따라 배울 것을 강조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국경경비대 식량난이 심화하면서 군인들이 먹거리나 돈이 될 만한 물품을 구하기 위해 민가와 농경지로 나가 절도 행각을 벌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무것도 구하지 못한 채 부대로 돌아가면 심한 경우 폭행까지 당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 등 국경 지역에 주둔한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주민 살림집과 농경지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이나 돈이 될 만한 것이면 가리지 않고 훔치고 있다”고 30일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강도 국경에 주둔하는 국경경비대 25여단 산하 부대들에서는 올해 식량이 예년보다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국가에서 공급하는 식량 자체가 넉넉하지 않은 데다 일부 군관들이 식량 관리 업무를 맡은 사관장과 결탁해 식량을 몰래 빼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군관들이 개인 밀수업자들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벌 수 있었지만, 국경 밀수 단속이 대폭 강화되면서 사실상 수입원이 사라졌다. 여기에 더해 북한 내부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배급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 군 식량에 손을 대는 비리가 더 심해졌고, 이로 인해 발생한 식량 부족의 부담은 결국 일반 하급 군인들에게 전가되는 실정이다.

실제 혜산시에 주둔하는 한 부대에서는 군인 4명씩 한 조로 묶어 매일 밖으로 내보내 먹거리나 물품을 구해 오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구해 오라는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혜산시에는 농경지가 많지 않다 보니 이곳 군인들은 특히나 주민 살림집을 대상으로 도둑질에 나서고 있다. 군인들이 태양광판을 비롯해 빨아 널어놓은 옷가지, 벗어둔 신발 등 현금화할 수 있는 물품을 닥치는 대로 훔쳐 되팔거나 식량과 맞바꾸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보천군에 주둔하는 한 부대 소속 군인들은 주민들이 텃밭에서 어렵게 재배한 농작물을 훔쳐 부대에 바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아무것도 구하지 못하고 복귀할 경우 불이익이 뒤따라 군인들이 도둑질에 더욱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소식통은 “빈손으로 복귀하면 상급에서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 왔느냐’며 면박을 주고 폭행을 가하기도 한다”며 “벌을 주는 의미로 이틀 연속 밖에 내보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군인들의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해 이를 견디지 못하고 탈영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국경경비대 하급병사 탈영해 ‘초비상’…원인은 비참한 복무 환경?)

한편, 군인들의 도둑질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국경경비대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인식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서로 돕고 사는 상생 관계로 여기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나라가 발전했다는 선전이 연일 계속되지만, 정작 군인들의 식량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 들지 않는 국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Previous article돈주들 노려 스미싱·보이스피싱 범죄 저지른 2명 원산서 체포
Next article[평양 밖 북한] 레인 빅토리호에서 다시 생각한 한국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