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손전화 판 청진시 청년, 도 보위국에 체포…무슨 일?

북한 휴대전화·심 모아 중국에 넘기려던 일당 사건에 얽혀…"경각심 갖고 서로 감시하라" 지시

북한의 각종 휴대전화.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서광’ 홈페이지 캡처

청진시의 한 청년이 망가진 휴대전화를 잘못 팔았다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에 걸려들어 함경북도 보위국에 붙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0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 청진시에 사는 한 청년이 갑자기 먹통이 된 손전화(휴대전화)를 들고 봉사소에 갔다가 수리비가 너무 비싸서 돌아오던 중 손전화를 팔라는 한 주민에게 50달러를 주고 팔았다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에 걸려들어 양력설이 지난 정초부터 보위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개인 간 휴대전화를 사고파는 일이 흔해 이 청년도 단순하게 휴대전화를 넘긴 것이었는데, 한국이나 미국에 북한 휴대전화를 넘긴 정치적인 사건으로 얽혔다.

실제 이 청년뿐만 아니라 청진시의 많은 가정주부들도 못 쓰게 된 휴대전화를 개인에게 팔았다가 도 보위국에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의 발단은 먹통이 된 손전화와 손전화 심(SIM)을 비롯한 부속들을 사들여 외국에 넘기려던 일당들이 연말에 무리로 체포된 일”이라며 “이에 전국각지에서 개인적으로 손전화를 사고판 주민들이 전부 다 문제시됐다”고 말했다.

도 보위국은 앞서 중국 대방(무역업자)에게 북한 휴대전화와 심을 넘기려던 일당이 봉사소 직원들에게 돈을 주고 망가진 휴대전화나 심을 모았고, 또 봉사소 주변에서 어슬렁거리면서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나오는 주민들을 꼬드겨 휴대전화를 모았다는 사실을 파악해냈다.

하지만 봉사소 직원들이나 주민들은 낡은 휴대전화나 심을 되팔면 배로 돈이 되기 때문에 팔아넘긴 것이지 이것이 국경 너머 외국으로 넘어가리라는 것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나 휴대전화와 심을 모아들인 일당은 중국을 거쳐 한국이나 미국 등으로 휴대전화가 넘어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져, 도 보위국은 이 사건을 끝까지 캐내 뿌리를 뽑겠다는 의지로 수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도 보위국은 한 가정에 하나 정도씩만 필요한 국내 전자기기들을 낡은 것, 새것 관계없이 몇 개씩 사들이는 대상들은 무조건 캐봐야 한다면서 인민반들과 시장들에서 경각심을 갖고 서로 감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도 보위국은 ‘우리나라(북한) 전자기기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지 않고 사실 낙후한데 외국에서 왜 사가겠느냐. 놈(한국, 미국)들의 모략에 넘어가는 짓’이라며 돈만 되면 뭐든 다 갖다 팔려고 하는 자들을 경계하고 적선(敵線)으로 엄중히 다룰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민들은 북한 기기 유출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도 보위국의 언급과 관련해 ‘이 정도로 말하는 것을 보면 진짜 우리나라 기기가 세상에서 제일 한심하구나’, ‘확실히 낙후한 나라가 맞다’며 수군거렸다고 소식통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