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여분의 SD카드 소유했다고 南콘텐츠 이용자로 간주”

소식통 “400달러 뇌물 주고 겨우 풀려나기도”...외부 정보 검열 강화하는 듯

sd카드
SD카드. / 사진=pixbay

북한 당국이 최근 이동식 저장장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모리칩을 소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외부 정보를 보거나 유포한 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보위부가 당장 사용하지 않고 있는 여분의 메모리칩 소유 여부도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D카드나 마이크로 SD카드 등 여분의 메모리칩을 가지고 있을 경우 중국 휴대전화로 불법 해외 통화를 하거나 외부 정보 즉, 한국 영화나 드라마, 뉴스 등을 보거나 한국 노래를 들은 것과 같은 죄로 처벌하기 시작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한 평북 신의주에 거주하는 30대 남성이 SD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발각돼 현재 예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이 가지고 있는 SD카드에는 북한 노래 몇 곡이 담겨있을 뿐 북한 당국이 일컫는 괴뢰(한국)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등은 저장돼 있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여분의 SD카드를 소유한 것만으로도 한국 영화, 드라마, 노래 등 외부 정보를 접한 가능성이 있는 자로 간주한 것이다.

다만 이 남성이 이전에도 외부 정보를 접해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같은 지역 또 다른 40대 남성도 손전화 검열에 걸려 소지품을 수색하던 중 여분의 마이크로 SD카드가 발견돼 문제가 됐다.

역시 SD카드에는 어떠한 외부 콘텐츠도 담겨있지 않았다. 하지만 보위부는 “사용하지도 않을 것을 왜 가지고 있냐. 결국 불온한 록화물을 보았거나 보려한 것 아니냐”며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40대 남성은 보위부에 400달러를 벌금으로 물고 풀려났다. 사실상 뇌물을 주면서 예심 절차까지는 밟지 않게 된 것이다.

최근 SD카드를 가지고 있다가 단속에 적발된 사례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남조선 영화를 본 것도 아니고 중국 손전화를 사용하는 비법(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범죄자처럼 처벌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일명 ‘쥐카드’라고 부르는 SD카드나 마이크로 SD카드에 영화나 드라마를 담아 보거나 노래파일을 담아 노래를 듣곤 한다.

이런 저장 장치에 북한 콘텐츠나 중국의 영화, 드라마 등을 이용하는 것은 북한 당국이 문제삼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나 미국 등 북한 당국이 말하는 적국의 콘텐츠가 담겨있거나 이를 유포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의해 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까지 처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사상 이완을 막기 위해 외부 정보 이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령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콘텐츠를 비밀리에 이용하는 주민이 줄어들지 않자 지속적으로 단속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