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한반도 위기관리 방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오전 해군에 배치될 신형 지상대해상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도발,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당연히 여러 전망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김정은이 과거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을 때도 무력도발을 자행했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지금은 다양한 핵전력까지 보유한 상황이므로 정권 멸망을 자초할 전면전까지는 몰라도 핵을 뒷배로 한 재래식 도발을 통해 정세를 조작할 개연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냥 수세적인 입장만 취해서는 안 된다. 위기는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확한 정세 판단, 조기경보 및 선제 대응 체제에 기반을 둔 당당한 맞춤형 대북정책 추진으로 김정은의 핵 위협 제압은 물론이고 북한 체제 변화·통일의 기회로 승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2개 국가론의 득과 실

김정은이 민족과 통일을 부정하며 꺼내든 ‘2개국가-전쟁론’은 현재와 미래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창(窓)이다. 한편으로는 그의 현재 상황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승부사적 기질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은 이번 조치로 3가지를 얻었고 3가지를 잃었다. 얻은 것은 ①한류 확산 차단 등 내부통제 강화 명분 ②남남갈등 조장 동력 ③중·러와의 연대 강화 기반 등을 꼽을 수 있다. 얻은 것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이다.

이에 비해 잃은 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파급력이 커지는 것들이다. ①통일 주도권을 우리에게 넘겨주었으며 ②세습 정권 정통성의 근간인 선대 노선을 스스로 부정하는 악수를 두었으며 ③국내외 친북세력들의 입지를 어렵게 만들었다(세부 내용은 2024.1.26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김정은의 ‘2개 국가론'(Ⅳ): 득과 실, 그리고 대응책’ 참조).

‘민족, 평화, 통일’은 79년간의 남북 분단사에서 북한 통일전선전술의 전가의 보도(寶刀)였다. 그리고 김일성-김정일 유훈(遺訓)의 핵심 키워드였다. 그런데 김정은이 선대 수령의 무오류성을 단숨에 걷어찬 것이다. 분명히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은 물론이고 국내외 친북세력들이 상당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3월 10일로 5년 임기가 만료되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깜깜무소식이고, 이렇다 할 반향(反響)이나 관철 집회도 없는 특이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기껏해야 민족·통일 관련 상징물 파괴, 웹사이트 내 한반도 지도 수정 등과 같은 선전성 조치 정도만 보인다. 친북세력들은 ‘멘붕’에 빠져 급기야 김정은 전쟁노선을 찬양하는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1월 24일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 주최 국회 토론회에서 김광수 (사)부산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은 “북의 전쟁관은 정의의 전쟁관이다. 최후의 방법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전쟁이 일어난다면, 통일전쟁이 일어나 그 전쟁으로 결과의 평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 그 전쟁관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2024.1.31. 조선일보)

대응 방안

그럼 윤석열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1991년 12월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의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정신과 기조는 유지해야 하나 ▲1994년 이래 헌법이 규정한 《통일이 국가 지상목표》라는 점을 변화하는 현실에 맞게 분단 관리로 변화시켜야 하나 ▲북한의 도발과 심리전에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은가 등의 화두에 답해야 한다.

필자는 이를 위한 우리 정부의 대응책으로 가장 먼저 ‘2개 국가론’의 반민족성·반역사성을 들어 거부하는 것을 시발점(starting pointing)으로, 북한 도발에 적의 대처하기 위한 위기관리, 국내외 맞춤형 홍보, 새로운 통일방안 수립, 북한 자유화 운동을 추진해 나갈 것을 줄곧 제의해 오고 있다.

①‘2개 국가론’ 거부

김정은이 자신의 정권 공고화를 위해 잠정적으로 민족과 통일을 포기했다고 해서 우리도 똑같이 행동해선 안 된다. 2개 국가론은 얼핏 보면 ‘서로 내정간섭 하지 않고 체제를 운영할 수 있는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역사·전략·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유구한 5000년 역사를 가진 국가정체성과 미래 청사진, 탈북민을 곧바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의 국적 적용 문제,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유엔이나 제3국의 승인 없이 개입할 수 있는 정당성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이므로 계속 일관성(一貫性)을 유지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는 대한민국이다 ▲혈연, 역사는 그 누구도 자의적으로 끊을 수 없다 ▲통일은 민족사적 소명이다를 견지하면서 국호 호칭, 대표부 개설, 조약 체결과 같은 일반국가 관계를 적의 배합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일종의 ‘잠정적 북한 부분국가 인정론’이라고 할 수 있다.

②정찰활동 강화 및 도발 시 맞춤형 대응

군은 미국과의 긴밀 공조하에 조기경보에 만전을 기하면서, 필요시 레드라인(red-line)을 발표하고 맞대응해야 한다. 이와 함께 미국의 핵확장억지력 제공 체제를 내실화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조건부 전술핵 재반입’ 등 플랜B에 대한 협의도 진행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영토조항을 헌법에 삽입한 이후 첫 무력도발 대상은 대북전단 살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에 빌미를 주지 않으면서 헌법에 규정한 ‘표현의 자유’ 권리행사를 통해 북한 변화를 선도해 나가자는 취지로 관련 단체들을 설득하고 공개가 아닌 비공개, 주간이 아닌 야간에 실시하도록 사전 협조해 두어야 한다.

2016년 9월 경기도 파주시 낙하IC 인근에서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들이 살포한 풍선이 터지면서 대북전단이 떨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③국내외 공감대 형성을 위한 홍보 활동

정부 차원의 안보 정세 및 통일방안 설명회, 민간의 북한 바로 알기 및 통일 운동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의 협력은 필수이다. 이렇게 해야만 ‘전쟁이냐 평화냐’ 같은 틀린 선동 구호에 국민들이 휘둘려 불안감을 느끼지 않게 될 것이다.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강조한다. 평화는 비교 대상이 없는 지고의 가치이다. 어느 진영이나 국가가 독점할 수 있는 목적이나 가치가 아니다. 누구나 평화를 원하며 만들어 나간다. 전쟁(의지)도 대화와 함께 평화를 지키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이다. 우크라이나를 보라. 중동을 보라. 국론통합이 곧 안보다.

④새로운 통일방안 수립

통일부가 준비 중인 새로운 ‘통일방안’도 변화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우리는 통일한국의 당위성과 미래 청사진을 역설하면서 김정은의 의도와 정책을 역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화해협력-국가연합-통일국가 수립의 3단계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0단계인 《북한체제 변화 유도》 과정을 추가하고, 명칭도 ‘자유민주공동체통일방안’으로 개칭할 것을 제안한다.

0단계는 북한 호응 여부와 무관하게 비핵화, 자유화, 시장화, 친한화, 세계화의 ‘5화 전략’을 꾸준히 실행해 나가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닮게 하고 주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려는 것이다. 그래야만 1단계 ‘화해협력’ 과정이 중단없이 실질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⑤기타 북한 체제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

정부는 3월 서울에서 개최하는 《제3차 민주주주의 정상회의》를 적의 활용해야 한다. 주제가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이므로 한반도 전쟁 발발 우려감 불식과 알권리를 탄압받고 있는 북한 주민(새 세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북한인권재단’을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 여야 입장 차이로 구성이 어렵다면 미국의 민주주의기금(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민주주의기금》 이라도 조성하여 민간의 대북자유화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북한체제 변화 운동 로드맵》도 수립해야 한다. 현재 군, 국정원 중심의 대북심리전 체제를 넘어 기획예산처·통일부·문화체육부 등 정부 각 부처가 참가한 가칭 ‘북한자유화 추진 위원회’를 조직, 가동해야 한다. 기본계획을 근간으로 부처별 특성에 맞는 활동을 전개하면서 범정부적 협업체제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

북한의 우리 국가보안법 철폐 선동을 벤치마킹하여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철폐를 위한 전세계적 연대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한편 이 같은 공세적인 활동과는 별개로 북한을 정상국가, 국제규범(global standard) 체계로 유도하기 위한 대화와 교류 협력, 인도적 지원 활동은 북한 당국의 호응 여부를 떠나 일관되게 제의, 추구해 나가야 한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위 글은 필자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관 『NK포럼』(2.16)에서 발제한 ‘북한의 도발 전망 및 우리의 대응 방향’ 중 일부를 발췌, 보완해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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