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김정은은 4.10총선 당일에 군지휘관과 대남공작요원을 양성하는 김정일군정학교를 방문하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전쟁 준비에 더욱 철저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였다.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제15기 대의원 3월 선거-4월 개원’ 일정까지 미루면서 검토 중인 헌법수정 작업도 어느정도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올해 초 민족과 통일을 부정하며 시작된 대전환 국면(great change: 헤어질 결심과 전쟁 불사론)은 이제부터 좀 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현 상황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예고한 사회주의 헌법 내 영토조항 삽입이후 발생할 수 있는 남북한 간 군사충돌 및 위기관리 시나리오, 향후 바람직한 통일방안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해 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같은 국면하에서 지난 3.1절 기념사를 통해 김정은의 ‘2개 국가론’을 반민족·반통일적 선언으로 규정하고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의 가치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통일이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의 ‘2개 국가론’만큼이나 통일운동사에 있어 큰 획을 그었다고 할수 있는데 ▲통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민족사적 과제라는 점을 공식화하면서 ▲이제까지 중점을 두었던 당국 간 대화와 교류협력은 물론이고 《인류보편적 가치의 확장, 북한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방점을 두어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현정부 출범이후 진행해오던 통일방안 보완작업에 속도를 더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8.15광복절에 그 윤곽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필자도 그간 ‘원코리아를 위한 단상’(2022.3.21刊 《북핵과 분단을 넘어》 책자), ‘통일은 과정이다’(2023.1.30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등을 통해 ▲인류보편적 가치와 원칙 ▲선(先) 북한체제 정상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한 바 있다.
향후 중점 고려해야 할 포인트
지금 세계는 ‘전통적인 민족’ 개념을 넘어 ‘글로벌 지구촌인, 국민, 개인’ 차원의 역할과 권리에 대한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즉 온-오프라인을 통한 다양한 접촉 증대로 국가간 유무형의 경계(border)가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다민족·다문화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핵심 코드로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다문화국가 및 G7 진입을 눈앞에 둔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은 ‘민족’ 차원을 넘어 ‘인류보편적 가치 구현’에 방점을 둘 필요성이 보다 커졌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공개한 ‘2023년 12월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체류 외국인은 전년대비 11.7% 증가한 250만 7584명(전체인구의 4.89%)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주배경 인구가 총인구의 5%를 넘을 경우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분류한다”(2024.1.17. 코리아넷뉴스)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한계
1994년 채택된 우리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명칭에 나타나 있듯이 ‘민족’에 방점이 두어져 있고 ▲‘화해·협력 → 남북연합 → 통일국가 완성’의 점진적-단계적 방안이여서 1단계(‘화해·협력’)가 우선적으로 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 시기 대북정책사를 뒤돌아 보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강온 양면전술하에서 이른바 ‘일방적 양보, 퍼주기’ 논란에 휩싸이며 1단계 문턱의 초입도 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이는 북한의 실체와 전략전술, 세계질서 변화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이상적·감상적으로만 접근하거나 상대를 너무 과소평가한 데 기인한 것이다. 그 결과 통일의 주도권은 우리가 아닌 북한이 쥐고 좌지우지해 온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新) 통일방안 기조 제언
새로운 통일방안은 계승과 발전의 차원에서 기존 1민족·1국가·1체제·1정부 및 단계별 추진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 골격을 유지하며 다음과 같이 보완한다.
첫째, 명칭은 배타적 ‘민족’ 개념보다 포괄적 개념인 ‘가치’가 우선하는 통일방안임을 천명하기 위해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자유평화공동체 통일방안’으로 개칭한다.
둘째, 원칙은 기존의 ‘자주, 평화, 민주’를 ‘자유, 평화, 민주, 비핵, 인류공영’의 5가지로 보완·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자주’ 원칙은 주변국을 배척하는 의미로 오역(誤譯)될 가능성이 있고 북한이 오래전부터 ‘주한미군 철수’ 논리로 악용하고 있어 굳이 원칙으로 내세울 필요가 없다.
그 대신 인류보편적 가치인 ‘자유’, ‘비핵’, ‘인류공영’을 추가함으로써 〈한반도 통일이 자유의 확산, 한반도 비핵화, 인류공영에 이바지 한다〉는 점을 확실히 함으로써 실효적인 북한 변화 추진과 함께 미국·중국 등 핵심이해국들의 우려도 사전 예방한다.
셋째, 추진 방안은 기존의 3단계에 ‘북한체제 정상화’(0단계)를 추가하여 보다 실제적인 통일기반을 조성한다. 이념, 정치체제, 사회문화가 다른 국가끼리 원활한 화해협력이나 국가연합을 형성한다는 것은 수사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처럼 북한이 대화와 교류협력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또다시 우리는 마치 “닭 쫓던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되는 한계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넷째, 각 단계의 명칭도 너무 도덕적·감상적이거나 2개국가를 암시하는 표현은 삭제한다. ‘화해협력 → 공생공영’, ‘남북연합 → 사실상 통일’, ‘통일국가 → 완전 통일’로 개칭할 필요가 있다.
대체용어를 좀 더 설명하면, 《공생공영》은 남과 북이 함께 발전(경제-문화공동체) 하자는 것이며, 《사실상의 통일》은 이질적인 사회주의 독재체제가 아닌 우리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와 유사한 체제로 변화한 북한과의 연합(법-제도 통합)을 말한다.
특히 지금은 김정은이 민족과 통일을 부정하며 “유사시 전쟁”을 운운하고 있으므로 0단계 《북한체제 정상화》에 주력하면서 《공생공영》 호응을 지속 촉구한다. 북한체제 정상화는 긴 호흡을 가지고 비핵화, 자유화, 시장화, 세계화, 친한화의 5화(化)를 끊임없이 추진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맺음말
통일방안은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자유민주사회에서 100% 동의는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제도적 논의 절차를 거치면서 양극을 제외한 국민들의 생각이 점차 합일되어야 한다.
따라서 과정(process)이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안보태세를 더욱 튼튼히 다지면서 의회와 협조하에 새로운 통일방안에 대한 국민공감대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특히 중고등·대학생 등 미래세대들을 적극 참가시켜 통일주체로서의 역할감을 부여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한편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주변국 및 국제기구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통일은 민족문제이자 국제문제이기 때문이다. 통일은 대북직선로가 최선이지만, 북녘의 독재자가 길을 막고 있을 때는 우회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래서 필자는 평소 우리의 높아진 국격과 향후 세계문명사에서의 주동적인 역할까지 감안하여 ▲기존의 한반도와 통일을 앞세우는 좁은 시각을 넘어 ▲‘세계로-미래로-통일로’로 나아가는 담대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세계를 선도하는 우리 MZ세대와 북한의 새세대가 온-오프라인에서 만나 소통하는 날이 ‘자유평화공동체’로 가는 중요한 이정표(milestone)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 시기가 멀지 않았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새벽이 밝아오고 있는 기운을 느낀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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