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청년들, 사상단속에도 자유분방한 연애…길거리서 입맞춤도

한국 드라마·영화의 영향으로 北에서도 '연상연하' 커플 많아져... 결혼 원치 않는 청년들도↑

평양 주민들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연말 총화에서 청년들의 사상단속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북한  청년들은 길거리에서 높은 수위의 애정 행각을 벌이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연말을 맞아 각 시·군당이 청년을 대상으로 한 사상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은 이러한 통제에 수긍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소식통은 “단속을 하도 많이 하니 청년들도 통제에 익숙해져서 법을 내오고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겁을 줘도 ‘그러다 말겠지’ 하는 태도로 대한다”며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법이 채택되고 심지어 이로 인한 총살을 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세계적 추세에 맞게 살아가자’고 말하면서 남조선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북한 당국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12)’과 ‘청년교양보장법(2021.8)’, ‘평양문화보호법(2023.1)’ 등을 채택하고 한국 문화를 포함한 외부 문화의 유입으로 인한 청년들의 사상적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당국은 한류 문화의 영향을 받은 청년들이 ‘오빠’, ‘사랑해’ ‘남친’ 등의 표현을 사용하자 남조선 말투나 단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신고하도록 하는 등 언어 단속에도 열을 올렸다.

본보는 지난 7월 노트텔에 USB를 끼워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던 30대 김 모 씨가 단속에 걸려 체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체포 당시 김 씨는 집에서 한국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을 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노트텔에 USB 끼워 한국 드라마 시청하던 30대 남성 체포돼)

외부 영상물에 대한 단속 강화에 교화소나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간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청년들은 여전히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이를 따라하면서 자유로운 행동 양식을 선호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북한 청년들의 연애 문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연인들이 많아진 것은 물론이고 길거리를 지나다가 입맞춤하는 젊은이들도 쉽게 볼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길에서 입맞춤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처음에는 얼굴이 벌게질 정도로 당황했는데 이제는 ‘젊은이들이 우리 때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네’라는 생각을 하며 그냥 지나간다”고 말했다.

특히 여성이 나이가 많고 남성은 그보다 어린 ‘연상연하’ 커플이 많아진 점도 북한 청년들의 달라진 연애 문화 중 하나다.

실제 연상의 여성과 교제하고 있는 북한 청년 A씨는 “남조선이나 미국 드라마를 보면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사랑하면 결혼도 하는데 왜 우리는 연상의 여성과 연애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며 “그러다 어느 순간 어릴 적부터 가깝게 지내던 6살 연상의 누나가 여자로 보이면서 연인 사이가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부모님들이 “정신이 나간 것 아니냐”며 온갖 욕설을 퍼붓고 만남을 반대했지만 지금은 양가 부모님들도 A씨와 연상 연인의 연애를 인정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북한에서 여성이 더 나이가 많은 연인들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부모들도 연상연하 커플을 새로운 연애 추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결혼을 꼭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청년들도 증가하고 있다. 소식통은 “코로나를 지나면서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니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벌어서 혼자 쓰고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부쩍 많아졌다”면서 “예전에는 30살까지 결혼 못한 처녀를 찾기 어려웠는데 지금은 여자든 남자든 30대에도 결혼 생각이 없는 청년들이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