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난에 무단결근하는 청년들…”출근은 고문이나 마찬가지”

소식통 "전에는 무단결근자 1~2명 정도였다면 지금은 평균 5명 이상"…법적 처벌도 무소용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1일 “전국 청년동맹 일꾼들의 백두산밀영고향집으로의 답사행군대가 지난 20일 혁명의 성산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코로나 이후 지속되는 생계난에 북한 청년들의 무단결근 행위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에서는 이에 엄중히 경고하고 심한 경우에는 법적 조치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청년들의 반발심은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 직장들에서 무단결근하는 청년들이 전보다 배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전에는 한 직장에 무단결근자가 1~2명 정도였다면 지금은 평균 5명 이상 된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에서는 청년들의 무단결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에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직장에 나가려는 의욕이 저하되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이달 혜산세멘트(시멘트)공장에서는 5명의 청년이 열흘 넘게 무단결근했다. 이에 공장은 대책 마련을 위해 출근하지 않는 청년들의 집을 찾아가 상황 파악에 나섰으나 여전히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한 청년은 2022년 일생을 함께할 여성을 만났으나 생활난으로 인해 결혼식을 치르지 못하고 동거만 해오다 지난해 11월 아기를 낳았다”며 “하지만 생활이 어려워 산모가 제대로 먹지 못하니 수유도 제대로 못 해 아기가 매일 배고픔에 보챘고, 이에 청년은 단 얼마라도 벌기 위해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돈벌이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청년의 집을 찾아간 공장 일꾼은 시내 가까이에 일군 뙈기밭(소토지)에서 농사를 지어 겨우 먹을 것을 해결하고 있는 처지를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숨만 쉬다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혜산시 도시건설사업소에서도 이달에만 7명의 청년이 무단결근했고, 이 중 3명은 노동단련형을 선고받은 상태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간부들은 무단결근이 잦은 청년들에게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실제 몇몇은 단련대에 보내졌음에도 무단결근자가 줄지 않고 있다”며 “이는 청년들이 당장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청년들 속에서는 ‘부모 세대들은 굶어 쓰러지면서라도 충성을 다했지만 차례지는 건 배고픔뿐이었다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봤다’,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 영웅 칭호를 받아 뭐하고 훈장이 많으면 무슨 소용인가’, ‘우리가 노력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니 직장에 출근하는 건 죽기보다 더 싫은 일이고 고문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 이후에도 고통을 겪는 청년들은 미래에 대해 절망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법적 처벌로만 해결하려 한다면 앞으로는 국가에 대한 불만과 반감만 더 커져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