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총국서 복무하다 제대한 주민, 술자리서 기밀 누설해…

"해킹으로 도둑질해 돈 벌어들인다" 말해 가족까지 실려 가…주민들 "해킹이 뭐냐" 호기심 증폭

정찰총국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4년 북한군 정찰총국 산하 인민군 제1313부대를 시찰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화면캡처

제대 후 나선시 당위원회에 배치받은 정찰총국 출신의 한 주민이 기밀을 누설한 죄로 체포되고 그 가족도 일순간에 사라졌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2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정찰총국 출신으로 나선시당에 배치받아 일하던 한 주민이 술을 마시고 군사기밀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한 것으로 이달 중순 보위기관에 체포됐다.

이 주민은 정찰총국 소속으로 해외에 파견돼 복무하다 제대 뒤 당학교를 졸업하고 나선시당에 배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음력설에 한 친구 집에 초대돼 여러 명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국가가 핵무기 만드는데 쓰는 돈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벌어들이는 자금이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것처럼 말하지만, 실지(실제) 자금은 해킹으로 도둑질해 벌어들인 돈이다”라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가장 해킹을 잘하는 나라로 국제적으로 일어나는 해킹의 절반 정도가 우리나라가 해킹한 것이다”, “해킹을 잘하는 정찰국 군인 중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 표창, 감사장을 받거나 공화국영웅이 된 사람들도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이 주민은 국가보위성이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대상으로, 보위성은 나선시 보위부를 통해 그와 가까이 지내는 친구를 감시로 붙여놓았다고 한다. 문제의 당일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 중 한 명이 감시 임무를 받은 사람이라 그의 밀고로 체포됐다는 전언이다.

붙잡힌 주민의 가족들도 이후 차에 실려 갔는데, 행방이 알려지지 않아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소식통은 “당시 술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도 시 보위부에 불려 가 며칠간 비판서를 썼다”며 “시 보위부는 기본적으로 중대한 군사기밀을 누설하는 것은 반당, 반국가 행위로 형법 사안이며 그가 한 말은 모두 거짓 선전이니 넘어가지 말라면서 사상적으로 교양했다”고 전했다.

지난 2015년 개정된 북한 형법은 제90조(국방비밀누설죄)에 ‘국방비밀을 누설한 자는 1년 이하의 노동단련형에 처한다. 중요한 국방비밀을 누설한 경우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북한은 지난해 ‘국가비밀보호법’을 제정해 국가의 안전과 이익 보장을 위한 비밀 보호 사업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건은 시당 일꾼들과 시 보위부에 의해 나선시에 소문으로 쫙 퍼져 주민들 속에서는 ‘해킹이 도대체 뭐냐’, ‘그것으로 어떻게 돈을 도둑질하느냐’는 등 호기심 어린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비밀을 누설한 주민을 체포하면서 가족까지 실어 가다 보니 오히려 소문이 더 나서 까막눈이던 주민들도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해킹 도적질에 손꼽히는 강국’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