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최근 수년 사이 형사절차에서 피심자와 피고인의 권리 보장을 일부 강화하는 방향으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데일리NK가 입수한 2022년 및 2025년 개정 형사소송법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구속·심문·기소 기간을 단축하고 중범죄 및 미성년자 사건에 변호인을 의무적으로 참가시키는 규정을 신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5년 개정법에는 외국과의 사법 협조 규정이 처음으로 명문화됐으며, 기존 군수재판 제도는 폐지돼 군사재판 제도에 편입됐다.
다만 이번 분석은 2022년과 2025년 개정법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2023년 형사소송법 개정 사항과의 비교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중범죄·미성년 사건 변호인 참가 의무화
2025년 개정 형사소송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변호인 의무 참가 조항이 신설됐다는 점이다. 실제 2025년 개정 형사소송법 제98조에는 무기노동교화형이나 사형을 적용할 수 있는 범죄 사건, 그리고 18세 미만이 저지른 범죄 사건의 취급·처리 과정에 변호인을 반드시 참가시키도록 하는 내용이 새롭게 반영됐다.
기존 형사소송법은 피심자가 변호인의 방조를 받을 권리를 포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데 그친 반면 2025년 개정법은 형이 무거운 사건과 미성년자 사건에 대해서는 당사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변호인을 의무적으로 참가시키도록 한 것이다.
이는 조문상 피의자·피고인의 방어권을 강화하는 변화로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의 변호인 제도가 실제 형사사법 절차에서 얼마나 독립적이고 실질적으로 작동하는지는 별도로 파악해야 할 부분이다.
2022년 개정법에서도 피심자 권리와 관련한 절차상 변화가 확인됐다. 2021년 형사소송법은 피심자 구속 기간을 2개월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했으나, 2022년 개정 형사소송법(제138조)은 이를 1개월로 단축했다.
기소 기간도 줄었다. 2021년 형사소송법은 노동교화형·사형 사건의 기소 기간을 20일, 노동단련형 사건은 5일로 규정했으나, 2022년 개정법(제222조)은 이를 각각 5일 이내와 3일 이내로 단축했다.
변호인 선정 신청 절차도 빨라졌다. 2021년 형사소송법은 변호인으로 선정된 자에게 3일 이내에 신청 내용을 알려주도록 했으나, 2022년 개정법(제101조)은 이를 24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외국 사법 협조 조항 신설…군수재판 제도는 폐지
2025년 개정 형사소송법에는 외국과의 사법 협조에 관한 규정도 새롭게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제8조에 다른 나라와의 사법 협조를 북한이 체결했거나 가입한 국제조약과 ‘호상성’ 원칙에 따라 진행한다고 명시했다. 북한 형사소송법에 외국과의 사법 협조 관련 조항이 별도로 반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은 데일리NK에 “이 조항은 북한의 국제화 내지 정상국가화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실제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명칭에 맞춰 국가기구의 이름을 변경하고, 경찰 제도를 신설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기존 국가보위성을 국가정보국으로 개칭하는 등의 변화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실장은 “외국과의 사법 협조 규정에는 중국, 러시아 등에 있는 해외 탈북민과 해외 파견 노동자의 강제송환 문제 등에서 형사사법 공조를 강화하려는 측면도 담겨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밖에 개정법에서는 군 사법 체계 변화도 포착됐다. 북한은 2025년 개정 형사소송법(제41조)에서 군수재판 제도를 폐지하고 이를 군사재판 제도에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장은 이에 대해 “군사재판 제도와 군수재판 제도를 이원적으로 운영해 왔지만, 군사 문제와 군수 문제가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어 실제로는 구분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에 따라 통합 운영의 필요성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형사소송법 개정, 주민 권리 보장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
이처럼 북한은 2022년과 2025년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형사절차상의 권리 보장 규정을 일부 강화했다. 구속 기간과 기소 기간을 줄이고, 심문 시간을 제한했으며, 중범죄 및 미성년자 사건에는 변호인 참가를 의무화했다는 점에서 조문상 변화는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법 개정이 실제 형사사법 현장에서 주민의 권리 보장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에서는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의 독립성이 제한적이고, 특히 정치적 사건이나 체제 관련 사건의 경우 법 조항보다 당국의 판단이 우선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실장은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한 북한 당국의 주민 인권 보호 강화는 국제사회의 인권 문제 제기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제도 개선과 별개로, 개정된 형사소송법 규정이 실제로 적용돼 북한 주민의 인권이 개선되고 있는지는 별도의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은 북한이 법률 체계의 외형을 정비하고 형사절차상 권리 보장 규정을 일부 강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변화가 조문상의 개선에 그칠지, 실제 주민 권리 보장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북한 내부 형사사법 운용 실태를 통해 면밀히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일리NK AND센터=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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