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 운영권 달라” 中 투자자 제안에 北 “논의할 가치 없다” 격분

중국과 다방면으로 합작 사업 모색하지만, 농장 운영권만큼은 절대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31일 전국 농업부문 일꾼(간부)들과 근로자들의 기세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과 중국이 합작 사업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중국인 투자자들이 북한 농장 운영권을 요구했다가 북한 측의 강한 반발을 사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농업 분야 투자 자체는 검토할 수 있지만, 농장 운영권과 노동력 배치, 분배권은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6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평안북도 농업 부문 대표들은 농업 기계설비와 선진 영농기술 도입 방안을 협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중국 랴오닝성 일대 농촌 지역을 방문해 현지 농장의 운영 실태를 시찰했다.

대표단은 현지에서 재배되는 작물의 종류와 관리 방식, 농업 기계화 수준 등을 둘러본 데 이어 농촌 살림집 건설에 활용되는 흙집과 흙기와 시공 방식, 토피블록(흙벽돌) 생산 기술과 설비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은 이 과정에서 토피블록 생산 설비와 농업 기계, 현대식 영농기술 등 농촌 현대화에 필요한 투자와 기술 협력 의향을 가진 투자자를 알선해 줄 것을 중국 측에 요청했고, 실제 단둥의 한 무역회사의 중개로 중국인 투자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다만 투자 협의 과정에서 중국인 투자자의 예상 밖 제안에 분위기가 급격히 냉각됐다.

소식통은 “한 투자자가 북한이 필요로 하는 농업 설비와 기술, 기반시설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는데, 그 대가로 일정 농지를 장기 임대해 달라고 요구했다”며 “여기에 더해 농장의 노동력 배치와 생산 관리, 분배까지 직접 맡는 방식의 협력 모델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단은 투자를 앞세워 사실상 농장 운영권을 요구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즉각 협상을 중단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당시 북한 대표단은 절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우리의 농업 체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황당한 제안이라며 정색했고, 논의할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전했다.

북한 대표단은 중국인 투자자를 소개한 무역회사 관계자에게도 “도대체 어떤 목적을 가진 사람을 데려온 것이냐”, “배후에서 누가 이런 제안을 하도록 조정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따졌고, “앞으로 이런 사람은 다시는 소개하지 말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은 최근 중국 측과 다방면으로 투자 유치 및 합작 사업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근간을 이루는 농업과 관련한 각종 이권 만큼은 어떤 경우에도 협의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농업 부문에서 사회주의 집단 영농 체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포전담당제 도입 등으로 일부 제도 변화가 있었으나 농장의 운영은 여전히 철저한 국가의 통제 하에 관리되고 있다.

소식통은 “북한은 지금 투자와 외화벌이를 위해 하늘과 땅, 바다를 가리지 않고 돈이 되는 사업을 찾고 있지만 농장 운영권만큼은 절대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중국 투자자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북한에 아무리 돈을 투자하더라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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