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조선 음악 즐긴 성진제강소 교환수들, 공개비판 무대 올라

노래 크게 틀어놓고 거리낌없이 춤추며 놀아…비사회주의 행위로 전체 종업원들 앞에서 비판 받아

북한이 제작한 ‘수도에서 온갖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현상을 쓸어버리기 위한 투쟁을 더욱 강도 높이 벌려나가자’는 제목의 영상물 화면 캡처. 한국 영상물 사례를 보여주며 지난 2016년 해체한 그룹 2NE1의 사진을 이용했다. /사진=데일리NK

함경북도 성진제강연합기업소(이하 성진제강소) 문화회관에서 비사회주의 행위를 저지른 여성 교환수 2명에 대한 공개 사상투쟁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성진제강소에서 교환수로 일하는 한 여성이 아버지의 생신날 동료 여성을 초대해 함께 남조선(한국) 음악을 틀어놓고 거리낌 없이 춤을 추며 놀았는데, 이것이 사건화돼 공개비판 무대에 세워졌다”고 전했다.

이 여성들은 지난해 말 붙잡혀 두 달간의 예심을 거쳤고, 음력설 이후 공개 사상투쟁회의에 회부돼 법적 처벌까지 받았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성진제강소에서 교환수로 일하던 이들 여성은 한국 영화, 드라마. 음악에 심취해 북한이 불법으로 규정하는 ‘남조선 영상물 시청’ 행위를 몰래 함께하며 깊은 유대관계를 쌓았다.

그러던 중 한 여성은 지난해 12월 말 김책시 양정사업소 간부로 있는 아버지의 생신날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여성 교환수를 집으로 초대해 한국 음악을 스피커로 크게 틀어놓고 초저녁부터 밤 11시까지 흥겹게 춤추며 놀았다.

이날 생신 축하 자리에는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시 안전부원의 아내도 초대됐는데, 그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남편에게 ‘남조선(한국) 음악의 고유한 향취를 느꼈다’고 말한 것이 사건화의 발단이었다.

소식통은 “성과와 승급에 급급했던 시 안전부원 남편은 아내의 말을 듣고 진상을 파악해 즉시 상급에 보고했다”며 “그 길로 성진제강소 여성 교환수들은 즉시 체포됐고, 이들의 상급인 교환실 책임자와 기업소 청년동맹 비서까지 이 문제로 조직적으로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안전부에 붙잡혀간 여성들은 두 달간의 예심을 거쳐 음력설 이후 성진제강소 전체 종업원들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비사회주의 공개 사상투쟁회의에 끌려 나왔다. 이들은 수갑을 찬 채로 머리를 푹 수그리고 무대에 올라 전체 종업원들이 보는 앞에서 신랄하게 비판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회의에서는 이들의 비사회주의 행위를 폭로 규탄하면서 모든 종업원들 속에서 나타날 수 있는 비사회주의적인 요소들을 차단해야 한다는 강한 경고가 있었다”며 “결국 주모자로 지목된 시 양정사업소 간부의 딸은 3년의 교화형을, 그의 동료 여성 교환수는 단련대 처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시 양정사업소 간부는 자녀 교양을 제대로 못 했다는 것으로 해임, 철직됐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