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 농촌지역에 새로 지어진 살림집을 배정받은 주민들이 심한 웃풍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삼수군, 갑산군 등 양강도 농촌지역에 새로 건설된 살림집에 들어간 주민들이 심한 웃풍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살림집 건설에서 질적인 측면보다 성과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을 발표하고 전국 각지 농촌의 살림집 건설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워 진행하고 있다.
다만 실제 살림집을 건설하고 이에 필요한 자재, 인력을 보장하는 등의 문제는 각 지역이나 기관이 떠맡고 있는 실정이고, 결국 그 부담은 고스란히 하부 말단의 주민들에게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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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통은 “(국가에서) 자재를 대주면서 살림집을 건설하라고 해도 질 보장을 장담할 수 없는데 배급도 없는 노동자들의 주머니를 짜내 살림집을 건설하니 어떻게 품질이 보장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농촌 살림집 건설이 당 정책적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보니 일단 당장의 완공 성과를 위해 속도전식으로 공사가 이뤄지지만, 결과적으로 그렇게 지어진 살림집에 입주해 살고 있는 주민들은 부실 공사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집을 얼마나 한심하게 지었는지 겨울에는 벽에 살얼음이 끼고 웃풍도 심해 불을 아무리 많이 때고 동복(冬服)을 껴입어도 이불에서 나올 수 없을 정도”라며 “한겨울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새 살림집에 들어간 주민들은 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면에 갑산군 사평농장 제3작업반 분조장 리억철 등 농장원들이 새 살림집을 지어준 당의 은정에 보답하겠다는 내용으로 쓴 글을 묶어 ‘새 농촌마을들에서 울려나오는 격정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기사로 내보냈다.
신문은 그에 앞선 지난달 27일에도 같은 형식의 기사를 실어 주민들의 목소리로 당의 농촌 살림집 건설 사업을 선전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이 같은 보도를 접한 주민들은 “저 사람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행복하다고 하는 거짓말을 해야 하니 속으로 얼마나 분하겠는가”, “어머니당의 사랑의 품속에서 행복하게 산다고 아무리 선전해도 누가 믿겠는가”, “추워 죽겠고 배고파 죽어가는데도 ‘고맙다’며 웃고 노래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노동신문이나 TV에서 보면 정말로 주민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데 현실은 정반대”라면서 “겉만 멀쩡해 보일 뿐 불이 없고 물이 없고 식량이 없는 주민들의 삶은 그야말로 지옥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집 건설이 질적으로 됐는지 그런 것과 상관없이 선전에만 혈안인데, 질이 보장 안 된 그런 집을 백번 건설하기보다 실속 있는 집 한 채를 건설하는 게 실지로(실제로) 인민을 위한 것이고 그보다 중요한 건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이라며 “당장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식량을 공급해주는 것이 지금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