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농촌 살림집 건설을 공장 기업소에 떠맡기고 있어 책임을 진 기관장들이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양강도 당위원회가 올해 농촌 살림집 건설 계획을 세우고 각 기관 기업소들에 건설 대상을 분담시키면서 기관장들에게 ‘건설 계획을 완수할 자신이 없으면 자리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12월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을 발표하고 농촌 살림집 건설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지난해 말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도 살림집 건설을 1차적인 중요 정책 과제로 내세우고 각 도에서 자력으로 농촌건설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강도당은 새해 살림집 건설 계획을 세우고 도안의 공장 기업소들에 건설 대상을 분담해 기한 내 건설을 끝낼 것을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특히 도당은 도내 사법, 검찰, 보위, 안전기관들에 살림집 건설에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는 일꾼들과 노동자들을 철저히 장악해 심각성에 따라 법적 처벌을 적용할 것과 담당 지역 살림집 건설에서 한 건의 사건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도내 당, 행정기관들이 후방사업을 맡고 선전대 활동도 힘차게 벌여 건설에 동원된 인원들에 대한 위문공연도 빼놓지 말고 진행할 것을 강조했다고 한다.
다만 살림집 건설을 떠맡게 된 기관 기업소 책임자들은 만성적인 자재, 노력 부족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혜산시의 한 기업소 지배인은 보천군 살림집 건설을 맡았는데 부족한 건설 노력과 식량, 자재 등을 해결할 방법이 없어 자진해서 자리에서 물러났고, 또다른 기업소의 지배인은 지난달 말 건강상의 문제를 구실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라 떠드는데 계획을 수행할 자신이 없어 자리를 내놓겠다 하면 별의별 혐의를 다 받을 수 있다”면서 “때문에 그만두는데 필요한 적당한 구실로 아프다는 핑계를 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기업소들이 노동자들에게 생활비(월급) 한 푼 줄 형편이 안 되는 실정인데 살림집 건설을 떠맡으니 기관장들로서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더해 협박까지 받고 있으니 기관장들은 ‘정말 못 해 먹겠다’며 ‘차라리 자리를 내놓는 게 백번도 낫다’고 수군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