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농촌 살림집 건설 본격화…주민들은 세외부담에 몸살

물자 못 내면 현금 1만 5000원 내라 요구… "또 얼마나 시달릴지 모르겠다"며 걱정부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4면을 ‘백두산기슭의 농촌건설전구에서 조선노동당원의 기개를 남김없이 과시하자’는 제하의 특집기사들로 채우고 양강도 농촌 살림집 건설에 나선 당원대대들에게 신화를 창조하자고 독려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양강도 농촌 건설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에 필요한 일부 자재비용을 주민들에게 전가하고 있어 불만이 새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양강도의 군들에서는 전국에서 파견된 당원대대들이 농촌 살림집 건설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공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양강도 주민들에게는 농촌 살림집 건설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한 세외부담 지시가 내려져 주민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지난 17일 혜산시의 한 인민반에서는 인민반 회의를 열고 양강도 농촌 살림집 건설 지원 물자를 바칠 것을 각 세대에 포치했다. 말로는 자발적 지원이라고 하면서도 시멘트, 모래, 철근 등 물자를 바치지 못하면 대신 현금으로 1만 5000원씩 낼 것을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눈만 뜨면 돈 내라는 소리밖에 없어 눈뜨기도 무섭다’는 등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혹독한 생활난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에 세외부담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농촌 살림집들을 보면 당장 무너질 것 같은 집들이 많아 농촌 살림집 건설은 주민들이 더 없이 반길 일이지만 박수받지 못하고 있다”며 “쌀 사 먹을 돈이 없어 굶는 주민들에게 살림집 건설에 지원하라면서 부담을 지우고 있으니 마냥 손뼉 칠 순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민들은 양강도 농촌 살림집 건설 사업이 본격화하자 ‘세외부담과 노력 동원에 또 얼마나 시달릴지 모르겠다’며 걱정부터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진행된 삼지연시 꾸리기 사업 때도 손에 꼽기도 어려울 정도의 세외부담과 노력 동원으로 내내 달달 볶였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세외부담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은 세외부담에 대한 불만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어떤 주민들은 살림집 건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당장 시급한 먹는 문제부터 해결해 주는 것이 우선이지 않냐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4면을 ‘백두산기슭의 농촌건설전구에서 조선노동당원의 기개를 남김없이 과시하자’는 제하의 특집기사들로 채우고 양강도 농촌 살림집 건설에 나선 당원대대들에게 신화를 창조하자고 독려했다.

신문은 “지금이야말로 당의 부름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조선노동당원들의 정신력이 얼마나 위대하며 그 힘이 총폭발할 때 어떤 기적이 일어나는가를 다시 한번 뚜렷이 보여줘야 할 참으로 중대한 시기”라며 “양강도의 농촌들을 사회주의 이상향으로 훌륭히 전변시켜 우리당 농촌건설 역사에 특기할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하자”고 촉구했다.

앞서 신문은 지난 11일 ‘농촌진흥의 새 시대를 빛내는 보람찬 투쟁에서 노동당원의 영예를 힘있게 떨치자’라는 제목의 1면 기사에서 양강도 농촌 살림집 건설을 위해 중앙과 지방들에서 ‘당원대대’가 조직됐다고 보도했다.

또 신문은 지난 14일에도 관련 기사를 싣고 6일부터 10일까지 당원대대 지휘관, 대원들이 결의모임을 가진 데 이어 현지로 출발했으며, 각지의 당원대대들은 이후 대홍단·김정숙·풍서·김형직·운흥·삼수·백암군 등의 농촌 살림집 건설장들에 도착해 공사추진 실태를 파악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