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에서 한국에 보내주겠다며 탈북민들을 꾀어낸 후 공안에 신고하는 사례가 자주 나타나 피해를 보는 탈북민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소식통은 “올해 들어 지린(吉林)성에서 일부 탈북민들이 조선족 50대 남성에 의해 공안에 신고당해 체포되는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며 “한국에 보내주겠다는 이 남성의 말을 믿고 나선 탈북민들이 봉변을 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해 12월부터 브로커 행세를 하면서 탈북민들을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유도한 후 공안에 신고해 탈북민들을 넘겨왔다. 이렇게 공안에 넘겨진 탈북민이 몇 명인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으나 한둘이 아니며, 그중 일부는 현재 감옥살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중순에는 탈북민 3명이 한국에 가기로 하고 살던 집에서 나와 이 남성의 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들 중 2명이 우연히 집 밖에 나갔다가 동네에서 한 중국인을 만났다가 그로부터 “그 집에 얼마 전에 공안이 들이쳐 여자 2명이 잡혀가는 것을 봤다.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의 이상한 낌새를 느낀 이들은 곧바로 죽기 내기로 도망쳤고, 이 집에 남겨진 1명의 탈북민은 공안에 체포돼 현재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여기(중국) 탈북민들이 한국에 가려면 적어도 (한국 돈) 200만 원은 있어야 해서 돈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탈북민들이 많다”며 “이 남성은 자신이 어딘가에서 돈을 지원받아 탈북민들을 한국으로 갈 수 있게 돕고 있다며 그럴듯하게 꾸며내 탈북민들의 한국행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의 집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2명의 탈북민도 이 같은 수법에 대해 똑같이 증언했다고 한다.
이들 중 한 탈북민은 “이 남성은 ‘돈을 지원받아 탈북민들을 한국으로 안전하게 갈 수 있게 돕고 있는데 지원받는 곳은 비밀이라서 말해줄 수 없다. 다만 안전을 위해 한 번에 2~3명까지만 뽑고 있으니 절대 누구와도 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면서 “그 말이 진짜처럼 들렸고 살던 집에서 도망칠 수 있게 차량까지 제공해줘 브로커가 아닐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한 탈북민은 “그 집에 남아 있다가 공안에 붙잡혀 간 1명은 20대 여성이었는데 그 중국인 가족에게서 이내 북송될 것 같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며 “만약 우리가 함께 도망쳤으면 북송될 위기에 놓이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에 죄책감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소식통은 “한국행을 시도하는 탈북민들을 신고하면 보상금이 나온다. 정확히 얼마가 나오는지는 모르지만, 이 남성은 그 돈을 노리고 브로커로 위장해 탈북민들을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이런 나쁜 사람들 때문에 피해보는 이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일부 지역의 공안은 최근 탈북민들을 찾아다니며 한국에 가려는 탈북민들을 알거든 신고하라고 종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들을 난민이 아닌 불법체류자로 간주하는 중국 당국이 한국행을 시도하는 탈북민 색출을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랴오닝(遼寧)성에 사는 한 탈북민은 “며칠 전에 공안 2명이 집에 찾아와 한국에 가다가 잡히면 북송이니 절대로 가지 말 것을 강조하고는 전화번호를 남기며 주변에 한국에 가려는 탈북민들이 있으면 신고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런 상황은 한국행을 바라는 탈북민들에게 절망감을 더해 주고 있다”면서 “특히나 요즘은 여기저기서 북송 소식이 들려 중국 내 탈북민들의 두려움과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