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장 곡물가 고공행진…생산량 증가 체감도는 ‘미미’

평양 쌀 가격만 4000원대 유지 중…옥수수 가격은 2주 전보다 8% 이상 가파르게 상승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올해 알곡 생산을 위한 농사 채비의 일환으로 비료 및 구운 흙 생산을 통한 지력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곡물가가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달 중순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양강도 혜산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5400원에 거래됐다. 최근 2주 동안 5.9%가 상승한 것이다.

혜산 시장의 쌀 가격은 지난해 벼 수확 이후 가장 가격이 낮았던 12월 초중순 1kg에 4830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5000원대를 넘어서더니 최근 5000원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직전 조사 때인 이달 7일까지만 해도 4910원에 거래됐던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시장 쌀 가격도 지난 21일 5100원으로 3.9% 상승했다.

평양의 쌀 가격만 아직까지 4000원대 후반의 가격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실제 지난 21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4930원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의주와 혜산과 비교할 때 평양의 쌀 가격 상승폭이 가장 완만하다. 평양의 경우 당 간부나 권력 기관 종사자 거주 비율이 높아 다른 지역보다 배급받는 주민 비율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곡물 가격이 저렴하고 상승폭도 완만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시장의 강냉이(옥수수) 가격은 쌀보다 훨씬 가파르게 뛰고 있다. 지난 21일 혜산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2700원에 팔렸다. 앞선 조사 때인 지난 7일 2500원이었던 옥수수 가격이 2주 만에 8%가 상승한 것이다.

옥수수 가격은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 21일 평양과 신의주의 시장에서 옥수수 1kg 가격은 2450원, 2470원으로, 지난 7일보다 각각 8.4%, 8.8%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연말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인민생활 보장에서 결정적 의의를 가지는 지배적 고지인 알곡 생산 목표를 넘쳐 수행한 것을 2023년도 경제사업에서 달성한 가장 귀중하고 값비싼 성과’로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전원회의 분과회의에서는 2022년보다는 2023년 농업생산량이 더 많았지만, 벼·강냉이·보리·조 등 여러 품종별로 비교했을 때 모든 품종이 지난해보다 높은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소수의 농장에서 비교적 큰 성과를 냈을 뿐 각 농장이 전반적으로 2022년보다 생산량이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전원회의 분과회의에서는 토질이나 품종, 비료 등에 대한 토의가 진행됐다는 전언이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식량 작물 생산량을 2022년보다 31만t 증가한 482만t으로 추정한 바 있다. 전년 총생산량보다는 증가했지만,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추산하는 북한 식량 수요량인 550만t에는 아직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북한 전체 주민 2500만 명 기준으로 1인당 하루 평균 배급 목표 기준이 500g을 소비한다고 할 때 하루에 1만 2500t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식량 작물 생산량 증가분인 31만t은 북한에서 25일 만에 소진될 양이어서 농업 증산에 관한 주민들의 체감도가 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