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북한 내륙지역 주민은 수산물 섭취가 사치?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019년 11월 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8월25일수산사업소와 통천 물고기가공사업소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화면캡처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형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수산물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수산물은 동물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자 오메가-3 다가불포화 지방산, 비타민, 무기질, 항산화 영양소 등 건강에 이로운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영양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따라서 전 세계가 건강한 식사 패턴의 구성요소로 수산물을 포함하고 있으며 건강상의 이익을 위해 수산물을 섭취할 것을 지속해서 권고하고 있다.

얼마 전 자강도에 사는 북한 주민에게 그 지역 시장의 수산물 가격을 물어봤더니 아예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가장 대표적인 수산물인 명태, 고등어, 낙지(오징어) 가격도 모르기에 시장가격을 그렇게도 모르냐고 핀잔을 주었더니 그는 “요즘 세월에 수산물 먹는 것은 사치”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래도 1개월에 1~2번 수산물을 먹었지만, 지금은 제사상이나 추석, 청명 등 특별한 때나 구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산물은 심혈관 건강에 유익한 EPA, DHA와 같은 오메가-3 지방산의 중요한 공급원이다. 수산물 섭취가 줄면 이러한 영양소에 대한 접근이 부족하여 잠재적으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22년 공개한 ‘비전염성 질환 정보 사이트’(NCD Data Portal)에 따르면 2019년 북한 내 사망원인의 80%가 비전염성 질병이며, 그중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은 40%라고 추정했다. 암(16%), 만성 호흡기 질환(13%) 등과 비교해봐도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현지 북한 의사들도 1990년대부터는 감염성 질환 중심의 사망 구조가 역전되어 심혈관 질환이 가장 큰 사망원인이 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들은 수산물, 육류 섭취 부족이 주민 건강에 저해를 주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북한 내부 자료에 의하면 수산물 최고 생산년도인 1981년 북한의 어업 생산량은 196만 7000톤이었다. 그러나 2023년에는 40만 톤까지 감소했다는 전언이다. 북한 인구를 2500만 명이라 가정할 때 어업으로 획득한 수산물을 똑같이 나누어 먹어도 16kg에 불과하다. 참고로 한국은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이 68kg(2018년 기준, OECD 수산업 보고서)으로 전 세계 1위이며, 이는 북한과 비교해도 4배가량 많은 양이다.

더욱 심각한 현실은 북한의 사회 구조상 권력자와 해안지역 주민들은 그런대로 수산물을 섭취할 수 있겠지만 내륙지역 주민들은 섭취 자체가 사치인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삼면이 바다이고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배와 어구도 갖추어진 나라에서 수산물을 먹는 것이 사치로 되고 있다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경직된 공급제도와 열악한 유통망, 시장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압적인 통제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부터 경제난으로 국가에 의한 배급이 중단되어 시장이 형성된 조건에서 시장만 활성화돼도 수산물공급과 소비가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수산물 섭취가 사치인 상황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 당국은 유연한 제도 수립을 동반한 시장의 자율성 보장이 북한 주민 생존과 삶의 질 개선에 결정적 담보로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실제적인 변화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