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농사일에 가사까지 도맡아…앓아 눕는 北 여성 농민들

결핵, 관절통 등 질병으로 농장 출근율 ↓…농업 증산 강조하는 상황에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

황해북도 송림시 신성남새농장 노동자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건강상의 문제로 농장에 출근하지 못하는 여성 농장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말 평원군의 한 농장이 실시한 출근율 조사에서 여성 농장원의 출근율이 코로나 이전에 비해 심각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출근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대부분이 ‘몸이 아파서’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이 농장에서는 여성 농장원들이 설사·감기·결핵·관절통·요통·간염 등의 질병으로 출근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코로나 이전보다 여성 농장원들의 출근율이 현저하게 감소한 상황이다.

소식통은 “도시 여성들에 비해 농촌 여성들은 육체적 노동에 대한 부담이 더 큰데, 실제 농촌 현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이들 중 여성의 비율이 90%”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10월호에 실린 ‘북한 농업 부문의 시장화: 협동농장과 장마당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북한 농장원 중 정상적 체력을 가지고 출근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농업노동력은 고령자 또는 여성에 편중돼 있다.

실제 북한 농장들에서 남성들은 주로 기계나 기구를 다루는 등의 기술적인 일을 맡기 때문에 육체노동은 대부분 여성이 담당한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문제는 여성 농장원들이 농사일뿐만 아니라 가사까지 모두 도맡다 보니 육체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여기(북한)는 육아나 집안일이 다 여성들의 몫으로 돼 있어 농장원 여성들은 낮에는 농사를 짓는 일에, 밤에는 집안일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여성들이 낮이고 밤이고 쉴 시간이 없이 계속 일을 해야 하다 보니 여기저기 안 아픈 곳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과도한 육체노동에 피로도가 높아진 상태에서 영양부족마저 겪어 여성들이 질병에 걸리기 십상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이 지난해 공개한 ‘전 세계 청소년과 여성 영양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임기(15~49세)에 있는 북한 여성의 34%가 빈혈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임기 한국 여성이 빈혈에 시달리는 비율(14%)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특히 소식통은 “여성 농장원들이 질병으로 농장에 출근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장의 핵심 노동력인 여성들의 출근율이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곧 농업 생산성 향상이라는 국가적인 정책 목표 달성에 저해를 주는 심각한 사안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21년 말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서 식량문제 해결과 농촌 생활환경 개선을 골자로 한 ‘새로운 사회주의 농촌건설 강령’을 제시하고 농업 생산의 비약적 발전을 강조한 바 있다.

이후 지난해 2월에는 당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룰 개최한 지 두 달 만에 이례적으로 농업 문제를 단일 주제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해 알곡 고지 점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도 ‘농촌진흥을 가속화하기 위한 당적, 국가적 조치들과 농사에 계속 큰 힘을 넣어 농업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안정화하는 문제’에 대해 강조하는 등 농업 증산을 지속 강조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