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장 비료 부족 심각…예년에 비해 훨씬 적게 공급돼

평안남도 농장에 계획량의 50%만 공급…"모판 파종에 필요한 비료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서해 곡창지대의 하나인 황해남도 재령벌 농촌에서 농사 차비 실적과 알곡 증산 열의가 고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보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앞그루 작물인 밀과 보리 파종을 시작한 가운데, 올해도 비료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농장이 올해 봄에 공급받은 비료의 양이 지난해 봄 공급받은 양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7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농촌경리위원회는 지난 2월 중순 도내 농장에 내려진 비료 공급 상황을 집계했다. 그 결과 비료가 계획량의 50%밖에 공급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안남도 중에서도 문덕, 숙천, 평원, 증산 등 비교적 넓은 곡창지대의 농장들은 평균적으로 계획량의 50% 정도의 비료를 공급받았으나 양덕, 맹산, 북창, 덕천 등 중부 산악 지역에 위치한 농장들의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더 적은 양의 비료를 공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매년 이맘때면 1년 농사에 필요한 비료의 60%가 공급되는데 올해는 모판 파종에 필요한 비료조차 제대로 공급되지 않았다”며 “현재 자급 비료도 제대로 출하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매년 2월쯤 각 도 농촌경리위원회는 1년 농사에 필요한 비료의 60%를 각 농장에 공급하고 나머지 40%는 농장이 자력갱생으로 마련해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예년 공급량의 절반 수준, 1년 농사에 필요한 비료의 30%에 해당하는 적은 양의 비료가 공급돼 당장 봄 농사에 쓸 비료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12월 말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인민경제 전반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들이 개괄됐다”며 질소비료의 경우 100% 증산을 이뤘다고 선전한 바 있다.

그러나 실상은 순천인비료공장과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등 북한에서 손에 꼽히는 비료 공장이 위치한 평안남도 내 농장들에조차 비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평안남도가 이런 상황이면 다른 지역의 비료 부족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비료 부족 원인은 비료 생산에 필요한 수입 자재 부족, 비료 생산 설비의 노후화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이 농업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북한이 질소 비료 생산에만 집중할 뿐 자체적으로 칼륨 비료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문제로 지적된다. 북한 최대의 비료 생산 공장인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와 흥남비료연합기업소도 질소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유기질 비료와 무기질 비료가 적절히 혼합돼야 하지만 북한은 비료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과 원자재가 부족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질소 비료의 생산만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에서 사용되는 비료 대부분이 질소 비료인 점도 농업 생산성 향상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