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최고인민회의에서 ‘대한민국 완전 점령·평정·수복’을 언급하는 등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내부에선 ‘당장 전쟁을 치를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 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서울과 도쿄는 어느 정도 (공격할) 준비가 됐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무기체계로는 워싱톤(워싱턴)까지는 못 때린다”며 “미국을 제대로 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절대 전쟁을 먼저 일으킬 순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전쟁까지 가려면 그 전에 핵다탄두나 EMP(전자기 펄스)가 준비돼야 한다”며 당장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다고 단정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전쟁’을 23차례나 언급하는 등 긴장 수위를 끌어 올리는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전쟁은 대한민국이라는 실체를 끔찍하게 괴멸시키고 끝나게 만들 것이며 미국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재앙과 패배를 안길 것”이라며 “우리의 군사적 능력은 이미 그러한 준비 태세에 있으며 빠른 속도로 갱신되고 있다”고 위협했다.
또 북한 당국은 전원회의 이후 고위 간부들과 군 지휘관들에게 “당장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 완료 시점은 내년 연말이지만 올해 안에 전쟁 준비를 완료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美 공화당 첫 경선 직전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한 이유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전쟁’을 언급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군 기강을 바로잡고 무기 개발의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이며, 대외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소식통은 “인민군대에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는데 요즘 군복무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인민군대에 경종을 주고 군수공업이나 국방과학 분야에도 개발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북한 내부적으로는 대미 협상과 관련한 논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 당 내부 소식통은 “미국이나 남조선(남한)이 우리 의도대로 평화적으로 나오면서 우리의 행동에 시비를 걸지 않고 인권이나 주권 문제를 건드리지 않으면 우리는 대화 탁자에도 나간다는 입장”이라며 “최근에도 이런 문제가 논의됐고 외무성에서도 대미 협상과 관련된 부서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이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리면서 무기 개발을 다그치는 것은 미국 대선 전에 전략무기를 갖추고 대미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핵탄두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문제가 주요 사항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이를 올해 안에 총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