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고급 승용차 선물했다는 소식에 北 주민들 ‘눈살’

허리띠 졸라매며 힘겹게 생활하는 주민들은 불편한 기색 내비쳐…"저런 소식 내보내지 말았으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 연회 등 일정을 진행한 뒤 ‘다음 방문지’를 향해 떠났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고급 승용차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씁쓸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청진시 주민들은 최근 원수님(김 위원장)이 푸친(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승용차를 선물 받았다는 보도를 접하고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고 전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 입장에서 이런 소식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김 위원장이 차량을 선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온 뒤 청진시 주민들 속에서는 ‘차라리 저런 걸 내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차는 거저 줬겠는가. 선물 받을 만한 걸 줬으니 선물했을 것이다’, ‘진정으로 백성들을 생각한다면 차 대신 식량을 받아 단 몇 kg씩이라도 공급했을 것이다’라는 등 불만 섞인 말들이 나왔다고 한다.

가뜩이나 요새 ‘국가가 러시아에 무기를 팔아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심심찮게 돌고 있는데 정작 공급되는 것은 없고 절량세대만 늘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런 와중에 승용차를 선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민들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한다.

다만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면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쥐도 새도 모르게 끌려가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주민들은 드러내놓고 말은 못 하고 믿을만한 사람들과만 남몰래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청진시의 한 주민은 “우리 같이 못사는 사람들은 뜯어먹을 풀도 없을 정도로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 그래도 자체로 노력해서 살아야 하고 그래도 안 되면 꽃제비가 돼 길가에서 뒹굴다 죽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 우리에게 차 선물 소식은 안 듣기보다 못하고 신경만 더 곤두서게 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또 다른 청진시 주민은 “눈과 귀를 막았다고 우리가 다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게 아니다. 알건 다 안다. 백성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게 하고 무기를 만들어서는 다른 나라에 팔아넘기고 그 돈으로 또 무기를 만든다는 것을. 국방력 강화나 핵무기 개발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번 차 선물 소식을 듣고는 마치 허기진 사람들한테 고기 놓고 ‘이것 봐라 먹고 싶지?’라며 조롱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벌이가 그런대로 돼 자체로 먹고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가지,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견디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생활난 속에 살아가고 있어 더욱 민감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2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산 승용차를 선물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박정천 당 비서와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 18일 러시아 측으로부터 선물을 전달받았고, 김 부부장은 “조로(북러) 두 나라 수뇌분들 사이에 맺어진 각별한 친분관계의 뚜렷한 증시로 되며 가장 훌륭한 선물로 된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는 보도 당시 차량의 모델명 등 구체적인 정보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의 일부 젊은 청년들은 선물 받은 차량이 무엇이며 얼마짜리인지, 또 세계에서 몇 번째로 꼽히는 좋은 차량인지 등에 대해 궁금해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국내에서도 북한 매체 보도 이후 김 위원장이 선물 받은 차량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는데, 곧 러시아 측에서 ‘아우르스’(Aurus) 자동차를 선물했다고 확인했다.

아우르스는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최고급 세단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한 김 위원장에게 아우르스를 직접 소개했으며, 김 위원장도 이에 호응해 함께 뒷좌석에 타보는 등 관심을 보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