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신형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다고 밝히면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은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략무기를 서둘러 실전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말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군 고위 간부들에게 “올해 안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우리 무기체계가 완료될 시점까지 기다려주지 않는다. 국방발전 5개년 계획 완료 시점과 무관하게 현재 개발된 무기들로 당장 실전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을 비롯해 수중과 지상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과 수중무기, 군사정찰위성, 무인정찰기 등 8개 과업이 포함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제시했다.
이중 극초음속 미사일의 경우 2021년 9월 ‘화성-8형’을 처음 시험발사했으며, 당시 액체연료를 담은 용기를 끼워 넣는 ‘앰풀화’의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듬해인 2022년 1월 5일과 11일 잇따라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선 것을 끝으로 2년간 관련 동향은 없었다.
그러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15일 “새형의 중거리탄도미사일용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들을 개발하고 1계단(단계) 발동기의 첫 지상분출시험을 11월 11일에, 2계단 발동기의 첫 지상분출시험을 11월 14일에 성과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로부터 두 달여 만인 이달 15일 고체연료 추진체를 사용한 극초음속 IRBM 시험발사에 나섰다. 실제 북한은 매체를 통해 “1월 14일 오후 미사일총국은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시험 발사는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험발사는 중장거리급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의 활공 및 기동 비행 특성과 새로 개발된 다계단 대출력 고체연료 발동기(엔진)들의 믿음성을 확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2022년에는 액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IRBM ‘화성-12형’에 극초음속 탄두를 결합한 형태였다면 이번 발사에서는 로켓 추진체를 고체연료 엔진으로 개량했다는 주장이다.
북한은 이미 개발돼 있는 무기체계를 발전시켜 속도를 높이고, 사거리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요격 가능성까지 최소화해 실전화 시점을 앞당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에서는 “현재 가지고 있는 무기체계로 당장이라도 전쟁에 나설 수 있도록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대선과 연관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올해 안에 핵능력을 서둘러 완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대선 이후에 미국과 핵문제를 담판지으려 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바이든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미국 대선까지 대미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박 교수는 “북한의 대미 도발이 이뤄질 때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대외 정책의 실패를 부각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북한 당국의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는 미국에서 공화당 첫 대선 후보 경선이 이뤄지기 전날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14일(현지시각) 유세에서 재임 시절 외교 성과를 내세우며 “김정은은 매우 영리하고 터프하지만 나를 좋아했다. 그와 정말 잘 지냈고 그래서 (미국이) 안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공화당 내 주요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대외 정책과 자신의 정책을 차별화하고 동시에 이렇다 할 대북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깎아내리는 발언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