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함경남도의 한 연합기업소에서 잦은 회의로 생산 현장을 제대로 챙길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 직장장이 단조(鍛造)작업장에 내려가 3개월간 무보수로 일하라는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계획 달성의 책임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각종 회의에 반복적으로 불려 다니는 현장 간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29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 연합기업소 산하 한 직장장은 지난 18일 금요과학기술학습 시간에 현장을 점검하던 연합당 비서로부터 단조작업장에서 3개월간 무보수로 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연합당 비서는 이날 별다른 사전 통보 없이 해당 직장장을 불러 세운 뒤 곧바로 현장 노동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장은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못한 채 현재 단조작업장에서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번 처분은 직장장이 사흘 전인 지난 15일 회의를 마치고 나오면서 잦은 회의 소집에 불만을 드러낸 일이 발단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직장장은 주변 간부들에게 “연말계획을 달성하라면서 정작 현장을 돌아볼 시간은 주지 않는다”, “작업반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 퇴근 시간이 돼야 작업반장들의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직장장과 부문당비서는 오전 8시께 직장 내 작업반장과 세포비서들에게 하루 일정을 포치(지시)하고 오전 9시부터 공장 조회에 참가한다”며 “오전 회의가 끝난 뒤에도 지배인과 당비서, 기사장이 번갈아 회의를 소집해 하루 두세 차례 불려 나가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생산계획 수행을 책임지는 직장장이 각종 회의와 모임에 반복적으로 불려 다니면서 정작 생산 현장을 제대로 지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직장장의 불만에는 생산계획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그에 따른 책임과 비판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오는 데 대한 불만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평소에도 생산을 함께 책임져야 할 부문당비서는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는 반면 행정간부들만 문책받는 구조를 두고 “행정만 죽어난다”고 토로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연합기업소 측은 직장장의 발언을 업무상 고충을 제기한 것으로 보기보다 상급 간부들의 지시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직장장이 지적한 회의 과다 문제에 대한 별다른 개선 조치 없이 곧바로 무보수 현장 노동 처분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한편 이 직장장은 처분을 받은 뒤 “무보수로 현장에 내려갈 바에는 차라리 다른 직장으로 보내 달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공장 지배인은 “다른 공장으로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장이 배치된 단조작업장은 고온과 소음 속에서 무거운 금속을 다뤄야 하는 고된 노동 현장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연합당 비서가 직접 무보수 노동을 지시한 만큼 이 기간에 태도상 문제가 지적되면 직장장 자리까지 내놓을 수 있다”며 “회의가 지나치게 많다는 데 공감했던 주변 간부들도 혹여 불똥이 튈까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