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의 ‘2개 국가론’(Ⅱ): 진지전과 고지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 8~9일 중요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고 무기전투기술기재 생산실태를 요해(파악)하면서 전쟁 준비 태세를 엄격히 완비하기 위한 혁명적 방침들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은 지난해말 노동당 전원회의 사업총화 결론(신년사 格)에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유사시 핵무력을 통한 남조선 전지역 평정 대사변 준비”를 지시하였다.

필자는 이 같은 ‘2개 국가론’을 ▲핵무력 증강과 주민통제 강화 명분 확보 ▲다양한 온-오프라인 도발과 심리전을 통해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전략전술로 평가한 바 있다. (상세 내용은 2024.1.2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김정은의 2개 국가론’ 참조). 이제 김정은의 2개 국가론, 즉 핵무력통일론 발언이 있은 지 10여 일이 지났으므로 관련 후속 동향과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말 폭탄

김정은은 신년 초 군수공장 시찰과 같은 공개활동 과정에서 우리를 ‘주적’으로 규정하고 “대한민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해야 할 역사적 시기가 도래했다”, “전쟁을 피할 생각이 없다. 유사시 모든 수단과 역량을 총동원하여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버릴 것”이라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김여정 당 부부장도 2회의 담화를 발표하고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를 비교·폄훼하는 망언과 함께 4월 총선 국면에 들어간 우리 사회에 전쟁공포감을 확산시켜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기도를 하였다.

“다시 한번 한가지 명백히 해두지만 우리 군대의 방아쇠는 이미 안전장치가 해제되여 있는 상태이다. 최근 들어 군 깡패들이 입버릇처럼 떠드는 그 무슨 대응 원칙이라는 《즉시, 강력히, 끝까지》라는 낱말이 계속 그렇게 오기를 부리다가는 《즉사, 강제죽음, 끝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2024.1.7. 김여정 담화)

무력시위

북한군은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연속으로 NLL 인근에서 9·19남북군사합의를 무시하고 해안포 사격훈련을 실시했다. 이 같은 도발은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2개 교전국’으로 규정한 데 따른 것으로, 긴장을 의도적으로 조성하여 현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인식시키기 위한 전술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김정은이 어린 딸 김주애를 대동하고 ‘화성-18형’ ICBM과 발사대 차량 생산공장을 시찰하는 장면을 공개(1.5)함으로써 ‘전략미사일 대량생산-실전배치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내외에 과시하였다,

한편 군수공장 시찰(1.8/1.9)시에는 군수생산부문 결함을 지적하면서 “현행 정책대상 우선시 원칙”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대러시아 수출용 탄약 생산이 원활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동향으로 볼 수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김주애를 대동하고 ‘중요 군용 대차 생산 공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이날 신문은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이 들어가는 원통형 관을 실고 있는 발사대 차량(TEL)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내부 정비

1월 1일 최선희 외무상은 대적(對敵) 부문 일군들과 협의회를 진행하고 “대남대적부문기구들을 폐지, 정리하고  투쟁 원칙과 방향을 전환하는 문제”를 논의하였는데 통일전선부를 비롯한 당의 대남부문 기구들이 정부 조직인 외무성으로 통합되고 대적사업 위주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1월 9일자 데일리NK는 함경북도 소식을 인용하여 나선시당이 지난 4일 함경북도 당위원회로부터 “남조선은 정치사상적으로, 군사적으로 대치돼 있는 적대국으로 동족의 나라라는 환상을 갖는 것은 곧 죽음이다…남조선 인민들의 반미-반대통령 시위가 갑자기 내부 항쟁으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그에 대비해 만단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라는 내용의 김정은 방침지시문을 접수, 교육했다고 전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남조선에 대한 환상은 죽음” 김정은 방침지시문 포치·침투)

이보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민방위 훈련을 조직하고 20여 일 동안 훈련을 이어가는 등 정세 긴장을 명목으로 전쟁준비태세 강화를 주문했다”고 평안북도 소식통을 인용하여 보도한 바도 있었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한반도 정세 불안” 내세워 강도 높은 민방위 훈련 진행)

결론 및 대응 방향

북한의 이 같은 동향은 외부에 적(敵)을 만들어 내부 결속을 다지는 국제정치학의 ‘위기관리 전략’의 일환으로서 ▲대내적으로는 주민,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 널리 퍼지고 있는 대남동경심을 차단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드는 진지전 ▲대외적으로는 남북관계 파탄 책임을 윤석열·바이든 정부의 대북강경책 탓으로 돌리기 위한 고지전, 즉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북한이 ‘2개 국가론’을 주장하는 기저(基底)에는 2020년 이후 이른바 ‘남한풍’ 확산 차단을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청년사상교양보장법-평양문화어보호법-인민반 조직운영법(2024.1) 등을 연쇄 제정하고 어머니들의 자녀교육까지 강조하는 다양한 단속·교양 조치들이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한 지도부의 초조함과 우리의 4월 총선, 미국의 11월 대선 국면이 있다고 평가한다.

“최근에 늘어나고 있는 비사회주의적인 문제들을 일소하고 가정의 화목과 사회의 단합을 도모하는 문제도 모두 어머니들과 힘을 합쳐 해결해야 할 우리들 모두의 집안의 일입니다.”(2023.12.4 김정은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 연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초특급 극약처방에 대응해 ▲조기경보와 선제적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 사회 저변에 인권과 외부세계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리는 활동을 배가함으로써 밑으로부터의 변화(bottom-up)가 일어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전쟁이냐 평화냐’의 대남 공포조성 심리전에 맞대응하는 전국민적 운동(북한의 남남갈등 노림수와 일시적 긴장국면이 진짜 평화로 가기 위한 고육지책임을 설득/국민 자신감 고취)도 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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