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7월 14일을 ‘북한이탈주민의 날’로 제정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에서 탈북민이 갖는 의미를 되새기고, 북한 주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게 김영호 통일부 장관의 말이다.
통일부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강조한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 ▲북한 바로 알고 알리기 ▲북한 변화 유도 ▲통일역량 강화’ 등 3대 핵심과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은 이중 통일역량 강화 차원에서 세부 과제로 삼고 있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데일리NK는 이달 초 러시아에 파견돼 있는 북한 노동자 A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를 통해 우리 정부의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에 관한 해외 파견 북한 주민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A씨는 “탈북민의 날을 제정한 것을 보고 우리 인민들에게 따스한 정책을 펴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조국(북한)에서도 인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대한민국을 또 다른 나의 조국으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를 받아주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나라에 가서 진짜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한다”며 한국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연신 드러냈다.
아래는 A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한국 정부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처음 시행된 날인 1997년 7월 14일을 기념해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제정했다. 이 소식을 알고 있나?
“우리 해외 노동자들은 이런 남조선의 정책에 대해 더 민감하게 살펴보고 있고 그(북한이탈의 날 제정) 사실을 크게 반기고 있다. 조국에서도 인민들이 이 소식을 늦게라도 알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을 또 다른 나의 조국으로 생각할 수 있다.”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태양절, 광명성절을 부모 형제 생일보다 더 각인해서 살고 있는 인민들에게 의미 있는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남조선 공민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백번, 천번 해외에 나온 기회에 거기(한국)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조국에서 집을 떠나 해외에 나올 때부터 인생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잡으려는 마음으로 나왔다. 하지만 길을 몰라서 못 가고 있다. 또 잡히면 죽임을 당하니 떨리고 두려운 게 사실이다. 해외에 나와서 국가가 인민들에게 말하는 선대 업적이나 당의 사상이 모두 거짓임을 똑똑히 깨닫고 있다. 나를 받아주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나라에 가서 진짜 내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한다.”
-한국은 어떤 나라라고 생각하나, 한국에 대한 인식은 또 어떤가.
“자유롭고 강하고 잘사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에 배 타고 남조선에 간 탈북민들을 강제로 다시 조선(북한)으로 돌려보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는 남조선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았다. 나 말고도 여기 있는 다른 몇몇 노동자들도 그 사람들 조선으로 돌아가면 죽을 게 뻔한데 어떻게 다시 돌려보낼 수가 있냐고 비판했다. 그런데 이번에 탈북민의 날까지 제정한 것을 보고 우리 인민들에게 따스한 정책을 펴는 나라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먼저 한국에 간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는지?
“직접 통화하기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말을 전해 듣기도 한다. 조선에서보다는 훨씬 살기가 좋고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데 영화에서 나오는 것은 모두 허구라고 했다. 남조선 본토인들만큼 살려면 엄청 힘들다고 얘길 들었다. 어딜 가나 생각만큼 좋은 곳이 있겠나. 현실은 다 그런 것 아니겠나. 그렇다고 여기 로씨야(러시아) 노동판은 쉽나? 주워 먹고, 주워 입고, 돈 한푼이라도 아껴보자고 식료상점 앞에 내놓은 상하기 직전의 음식들을 사 먹고 죽기 살기로 일한다. 그러니 당장이라도 남조선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만약 한국에 간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남조선에 간다면 그냥 회사에 다니면서 기술을 배워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그 돈을 조선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주고 싶다.”
–한국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탈북민의 날까지 제정한 나라가 앞으로 다시는 탈북민을 도로 우(위)로 올려보내는 그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목숨 걸고 아래로 간 사람들이 다시 (북에) 가면 그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족들까지 짐승 도축되듯이 죽임을 당한다. 자기 가족이 그렇게 된다고 해도 사지로 내몰 수 있겠는가.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탈북민의 날을 제정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마음이 따듯해졌다. 고맙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