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부대 지방 건설 총동원 명령…전쟁 불사라더니 건설장에?

'핵강군의 자신감을 가지라’ 교양하기도…군인들 "핵·미사일 부대만으로 전쟁하면 되겠네" 조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월 25일 “지방공업 발전의 획기적인 이정표 확정명시에 목적을 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1월 23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회의에서 ‘지방발전 20X10 정책’ 이행 방안을 지시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 《지방공업혁명을 일으킬데 대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관철투쟁에 인민군부대들을 동원할데 대하여》에 친필서명하고 이를 인민군 총참모장에게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전문 공병부대를 지방 건설장에 동원하라는 명령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말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인민군대 동원 명령에 서명한 데 따라 이뤄진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은 14일 “오늘부터 육·해·공군 군단·사령부·훈련소 전문 공병 구분대를 인근 지방 건설장에 동원하라는 지시 사항이 담긴 총참모부 일반 행정 명령이 지난 7일 전군에 하달됐다”고 전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공업혁명을 일으킬 데 대한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 관철 투쟁에 인민군부대들을 동원할 데 대하여’라는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장 명령에 친필 서명하고 이를 총참모장에게 직접 전달한 바 있다.

그로부터 약 2주 만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행정 명령이 전군에 내려진 것이다.

특히 총참모부는 함경북도 지방건설에 9군단과 해군 6·7전대, 공군 한 개 전단, 함경남도 지방건설에 7군단과 해군 3전대, 공군 한 개 전단, 한 개 훈련소 부대 명칭을 콕 집어 동원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또한 총참모부는 지방공장 건설에 동원할 공병 인원이 부족한 경우 중대·대대급에서 인원을 차출해 건설 구분대를 임시 조직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신병 훈련소 부사관들은 인원 차출에서 제외시키도록 했다. 올해 봄 초모로 입대할 인원들의 신병훈련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한 셈이다.

그런가 하면 총참모부는 현재 진행 중인 동기훈련을 소홀히 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실제 소식통은 “총참모부는 전문 공병부대 지방 건설 동원과 임시 건설 구분대 조직으로 1기 전투정치 훈련(동기훈련)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동기훈련이 한창일 때 군인들을 건설에 동원하고 나선 것에 군 내부에서는 ‘정세가 긴장해 있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면서 정작 전쟁 준비를 해야 하는 군인들을 건설장에 내보내다니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인지 총정치국은 이번 총참모부의 명령 하달에 발맞춰 각 부대 정치부를 통해 ‘핵강군의 자신감을 가지라’는 내용으로 교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에 일부 군인들은 ‘핵·미사일 부대만으로 전쟁하면 되겠다’며 비꼬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전쟁 분위기 조성으로 긴장감을 최대로 끌어올려 내부 결속을 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의 지방공업발전 정책 추진에 인민군대를 동원해야 하는 북한 당국의 궁여지책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소식통은 “총정치국에서는 인민 생활 향상과 직결된 지방공장 건설의 중대한 사명을 인민군대에 맡겨주신 당 중앙의 신임에 실천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선전하고 있다”며 “하지만 군인들은 ‘지방건설 10년 목표면 군사복무 전 기간 건설만 하다가 제대되겠다’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