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20도 추위에 땔감 없는 주민들, 남의 집 변소 문짝 뜯어가

하루 세 번 불 때는 세대는 5세대 안팎에 불과…"도둑질에 나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됐다"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압록강 너머로 보이는 양강도 혜산시.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 땔감이 없는 주민들이 이웃집 변소 문짝까지 몰래 뜯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혜산시 중심을 벗어난 곳에서는 땔감 부족으로 추위에 떠는 세대가 많다”면서 “이런 실정으로 최근에는 땔감을 마련하려고 개인 집 변소 문짝까지 뜯어가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는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뚝 떨어지는 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주민이 생활난에 땔감을 살 형편이 안 돼 하루에 한 번 겨우 불을 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연봉2동과 탑성동, 마산동 등 시 외곽 지역에서는 한 인민반에 하루 세 번 불을 때는 세대가 5세대 안팎이고, 나머지는 하루 한 번이나 많아야 두 번 불을 때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학교 방학을 맞아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자식들이 추위에 떨자 주민들은 더는 이런 모습을 지켜볼 수 없다며 땔감 도둑질에 나서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도둑질에 나선 주민들은 불을 땔 수 있는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훔치는데, 판자로 된 남의 집 대문을 뜯다가 발각돼 달아나거나 붙잡혀 죽도록 맞기도 하고 심지어는 남의 집 변소 문짝까지 뜯어가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양력설을 쇠고 난 후부터 마산동에서는 인민반마다 자다 일어나면 변소 문짝을 누군가가 뜯어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이런 일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인데 이는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먹고살기 위해 아등바등해도 생활난을 벗어나지 못해 궁지에 몰린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도둑질에 뛰어드는 실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혜산시 중심에 사는 세대 중에도 어려운 세대들이 많지만, 외곽에 살고 있는 세대들은 더욱 심각한 생활난에 처해 있어 남의 변소 문짝까지 뜯어 땔감으로 사용하는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도둑질에 나서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 됐는데도 별다른 대책은 없어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만 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