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함경남도 함흥시 장마당 중고 옷 매대를 찾는 학부모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고 소식통이 뒤늦게 전해왔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새 학기를 앞둔 자식들에게 새 옷과 새 신발 대신 중고품을 사줬기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이달 1일 신학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지난달 말 새 학년에 올라가거나 새로 학교에 입학하는 자식들에게 새 옷이나 신발 등을 사줄 형편이 안 되는 부모들이 중고품을 찾아 장마당 중고 매대에 손님이 많았었다”고 전했다.
북한에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학생들이 새 옷과 새 신발을 신고 등교하는 풍습이 있다. 특히 유치원에서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에 올라가거나 소학교에서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로, 초급중학교에서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은 옷과 신발은 물론 학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두 새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돼 있다.
하지만 올해는 학교에 가는 자식들에게 새것을 사주기도 힘든 형편에 있는 학부모들이 가격이 저렴한 필요한 중고 상품을 사기 위해 중고 매장을 찾아 나서면서 장마당 중고 매대가 그 어느 때보다 북적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생계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 자녀들이 공부할 학습장 한 권을 사기도 힘든 형편이라 장마당에서 10만 원이 넘는 아이들 새 옷이나 새 신발은 사줄 생각조차 하지도 못하는 부모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함흥시 사포시장, 금사시장 등에서는 아동용 겉옷과 신발 새 상품이 평균 5만 원부터 10만 원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으나, 중고 매대에서는 몇천원짜리부터 2~3만 원 정도까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옷이나 신발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소학교에 입학한 자식이 있는 한 함흥시 주민은 “남부럽지 않게 잘 입히고 잘 먹이려고 자식을 한 명만 낳았는데, 그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는데도 제대로 해줄 수 없어 마음이 찢어졌다. 정말 지금은 돈벌이가 안 되니 ‘이럴 바엔 왜 자식을 낳았을까’ 하는 후회를 많이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함흥시 주민은 “아이가 이번에 소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데 남자아이라 세차게 뛰어놀아서 그런지 옷이나 신발이 성한 것이 없고 신발은 아예 작아서 끌어 신는다. 하지만 새것을 사줄 형편이 안 돼 중고 매대에 갔더니 문수(사이즈)가 없어 사지도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잘 사는 집 부모들은 자식의 학용품도 새것으로 다 마련하고 교복도 좋은 천으로 제작한 것을 입혀 등교하는 아이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그 집안의 형편을 한눈에 알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지금 잘 사는 집들은 아이들에게 개인 교사까지 붙여 잘사는 집과 못사는 집 자식들의 교육 기회나 환경이 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밥술 뜨기 어려운 집 부모는 자식들을 잘 내세우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