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앞두고 학생들에 세외부담 강요…인당 20만원 돈 요구

신입생들도 예외 없이 세외부담 지시…"사회주의 무상교육 그루터기조차 남지 않았다" 비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각지 대학과 학교들에서 새학년도 개학모임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올해 학교들의 새 학기 시작에 앞서 개학 행사 준비를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어느 때보다 많은 세외부담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9일 데일리NK에 “올해 신학기를 맞으며 4월 1일 개학일을 국가행사처럼 진행하라는 국가적 지시에 모든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와 초·고급중학교(우리의 중·고등학교), 대학교들에서 학생 개개인에게 많은 세외부담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도·시·군 당 및 정권기관 일꾼들이 부모된 심정으로 직접 학교들의 개학 행사에 참여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학교장들을 비롯한 교직원들은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려 그 어느 때보다도 학생들에게 많은 세외부담을 강요했다.

청진시에서도 각 학교가 사정에 맞게 나름대로 세외부담을 지시했는데, 특히 청진교원대학은 개학식 일주일 전에 교구비품 현대화와 대학 꾸리기를 긴급하게 호소하면서 다른 학교들과 비교해 월등히 많은 돈을 학생들에게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청진교원대학은 필요한 금액을 쪽지에 써서 각 학부 소대장(학부 대표)이 학생들에게 나눠주도록 했고, 새로 입학하는 신입생들의 경우에는 학부별로 임시 책임자를 지정해 쪽지를 돌리게 했다”며 “학생들이 강요받은 금액은 국돈으로 평균 20만원”이라고 전했다.

쪽지에는 “시간은 열흘 정도 주겠다. 그 안에 빨리 돈을 바치고 떳떳하게 학교 문을 들어서라. 돈이 안 되면 돈이 되는 석탄, 나무, 휘발유 등 물자들도 되니까 언제든지 찾아와서 협상해도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청진교원대학은 쪽지를 전달하면서 교육 환경의 질을 높여 문명하고 현대화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려는 의도로 불가피한 일이라 밝히는 한편 세외부담을 꼭 수행해 후탈이 없도록 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대학생 대부분은 너무 큰 액수라 부담된다며 불만을 토해냈으며 실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돈을 내지 못한 대학생들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더 가관인 것은 학교에서 개학 날에 비용이 모자란다면서 학생들에게 자금 기여를 더 할 데 대해 호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새 학기에는 세외부담이 내려지곤 했지만, 올해는 특히 요구한 금액이 과도하고 갈수록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갈수록 심해져 학생들을 비롯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회주의 무상교육은 그루터기조차 남지 않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대학 신입생들은 학교 정문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많은 세외부담에 시달린 것에 기겁하면서 “앞으로도 계속될 세외부담을 견뎌내며 졸업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