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에 손 내밀었다고 비판 받은 北 교사들, 못지않게 반발

심각한 생활난에 도움 요청…학교에서 비판받자 "배고픔보다 더 절실한 게 어디 있나" 토로

북한 소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 화면 캡처

최근 북한에서 교사들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학부모들에게 손을 내미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의 이런 행위를 강하게 비판하지만, 당장 먹고살기 힘든 교사들의 반발도 못지않다는 전언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최근 함흥시에서는 생활난에 학부형들에게 ‘쌀이든 돈이든 물품이든 상관없이 도와달라’며 부탁하는 교원들이 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사실이 학교에 알려지면서 교원들이 비판을 받자 불만과 울분을 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중순 함흥시 한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에서는 교사 5명이 출근하자마자 교장실에 불려 가 비판을 받았다. 이들이 학부모들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도움받은 사실이 학교에 제보됐기 때문이다.

당시 교장은 이들에게 “힘들어도 너무 노골적으로 요구하지 말고 도움을 받아도 문제가 되지 않을 학부모들에게만 부탁해라. 이번엔 조용히 넘어가겠으나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문제가 커질 것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한 교사는 “나도 선생이기 전에 자식 가진 부모이고 한 가정의 아내이다. 내가 벌지 못하면 우리 가정은 굶어 죽어야 한다. 그렇다고 나라에서 배급을 주는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학부형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이다. 그 외에는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교사는 “문제시하겠으면 하고 교원에서 해임하겠으면 하라. 배고픔보다 더 절실한 게 어디 있고, 내 가족 전체가 생계에 위협을 받는 그런 환경에서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면 얼마나 잘 가르치겠는가. 오죽했으면 매 학생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먹을 쌀이 없으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하고 다녔겠는가”라며 불만을 표했다.

북한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대놓고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더욱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배급제가 무너지면서 교사 배급도 끊긴 지 오래인 데다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는 주민 대부분이 경제난에 시달리다 보니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서 도움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이러한 실정은 우리나라(북한)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학생들의 수준이 저하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국가에서는 교육의 질을 높이라고만 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나서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일부 교원들은 아무런 대가도 없는 학교에 나가 학생들을 가르칠 바에는 개인 교사로 돈벌이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교원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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