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도 한글 모른다?…개인교사 붙이는 北 학부모들

생활난 허덕이는 교원들 출근해 얼굴 잠깐 내비치고 나가서 돈벌이…공교육 질 크게 떨어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4월 1일 “전국 각지 학교에서 새학년도 개학모임이 진행됐다”며 한 소학교 사진을 게재했다. /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에서 학교 교육의 질이 크게 떨어져 자식들에게 개인 교사를 붙여 과외시키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에 “요즘 학교 교육의 질이 형편없을 정도로 낮아지고 있어 함흥시에서는 자녀들에게 돈을 들여가며 개별 과외를 시키는 학부형들이 늘고 있다”며 “과거에 영어나 중국어 같은 외국어나 노래, 춤, 악기 과외를 시켰다면 지금은 조선 글자를 배우는 데까지 과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함흥시에서는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한글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할 정도로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양강도 혜산시의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지금은 아이들이 조선글(한글)을 읽고 쓰지 못할 정도로 학교 교육 수준이 낮다”면서 “이제는 자녀들에게 가정교사를 붙이는 게 필수가 됐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이렇게 학교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교원들의 열악한 처우 문제를 꼽았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지금 교원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교에 붙어있어도 1g의 쌀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교원들이 생활난에 허덕이니 아침에 학교에 출근해 얼굴을 잠깐 내비치고는 나가서 돈벌이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정이 이런데 교원들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며 “결국 학생들이 학교에 가도 배우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더 많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소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한 함흥시 학부형은 자식이 수학은커녕 글자도 모르자 ‘학교에 가서 대체 무엇을 배우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자 돌아오는 답은 ‘선생들이 조용히 앉아서 자체 학습하라고 하고는 나가는 날이 많다’는 것이었다.

소식통은 “‘교원들의 실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내 자식은 내가 책임지고 공부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개인 교사를 붙이기로 했다’는 게 이 학부형의 말”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공교육의 질이 떨어져 사교육 의존율이 높아질수록 교육 격차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경제력 있는 부모의 뒷받침으로 사교육을 받는 아이들과 그렇지 못한 아이들 간에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교육에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이전에도 잘 사는 집 자식들과 못 사는 집 아이들 간에 격차가 있었는데, 부모들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들의 수준이 결정되는 안타까운 현실이 반복되고 오히려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실정이 이렇다 보니 자녀들을 배불리 먹이지도 못하는 학부형들의 한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며 “학부형들은 근본적 원인인 교원들의 먹는 문제에 국가가 조금이라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