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학생들에게 교복공장서 ‘선전대’ 활동하라… 부모들 ‘불만’

소식통, “아이들 위해 교복 생산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공장 찾아가 청소하고 선물 전달까지 하는 것은 부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7일 “양강도의 혜산학생교복공장이 개건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중앙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이 학생들에게 선물로 줄 교복을 생산하고 있는 공장 노동자들의 사기를 높이는 선전 활동을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교복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라는 것이지만 이런 활동이 오히려 어린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평양시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최근 중앙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이하 청년동맹)이 각 지역 학교들과 청년동맹조직에 선물교복 생산에 돌입한 피복·신발·가방·학용품 생산 현장에 직접 찾아가 생산자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사회주의 제도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등의 활동을 실시할 것에 대한 지시를 하달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각 학교의 선전대와 지역 청년동맹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2월 음력설 전까지 선물교복 생산에 총돌입한 경공업 공장에 찾아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노동자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특히 중앙 청년동맹은 각 학교와 청년동맹 조직이 공장기업소를 방문해 노래를 부르고 선전대 활동으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뿐만 아니라 꽃다발이나 간식 및 식사까지 준비해 근로자들이 실질적으로 힘을 얻을 수 있게 하라는 주문도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그들의 일손을 돕기도 하고 공장의 일터와 구내 안팎을 청소해줘서 고마움이 실제로 근로자들에게 감동으로 와닿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 청년동맹은 이렇게 선물을 받게 될 학생들이 선물을 생산하는 근로자들에게 선전 활동을 하므로써 아이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고 당에 대한 고마움도 알게 하는 것이 해당 지시의 목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평양시의 각 소학교 및 중학교에서는 소년단, 청년동맹 간부들 그리고 선전대가 경공업품 공장을 찾아가 근로자들을 고무시키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모란봉구역에 위치한 장현소학교의 경우 1, 2학년 학생들이 통일거리에 있는 신발 및 피복 공장에 찾아가 공연을 하고 근로자들에게 꽃다발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추운 날씨에도 공장 청소를 해 어른들에게 감동을 줬다고 한다.

모란봉구역 뿐만 아니라 만경대, 대성, 동대원, 중구역을 비롯한 모든 평양 시내의 학교들도 주변 경공업 공장을 찾아가 후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한 사업성과 또한 평양시 청년동맹을 통해 중앙에 보고되기 때문에 각 학교들이 경쟁적으로 해당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이런 활동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노동현장에 찾아가 교복생산에 돌입한 근로자들을 고무해주는 것은 칭찬할만한 일이지만 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아이들이 어떻게 직접 간식이며 식사, 꽃다발까지 준비할 수 있겠냐”며 “결국 모두 부모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물론 아이들이 공장까지 타고 갈 버스나 화물차를 대절하는 일까지 모두 학부모들이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이 추운 날씨에 손발이 꽁꽁 얼면서도 먼지가 많은 피복공장에 가서 청소를 하고 선전대 활동도 하고 있어 근로자들도 아이들을 보며 측은함을 표현하고 있다.

소식통은 “서로 불편한 일을 굳이 왜 해야 하는지 불만도 많다”며 “아이들이 공장에 몰려가는 것이 과연 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연말 진행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학생들의 필수용품 보장은 당과 국가의 일관된 정책이자 영원한 국책이라며 교복 생산을 올해 “전당적, 전국가적 사업으로 강력 추진”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이 미래세대 챙기기 행보로 학생들에게 질높은 교복 및 학용품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교복 및 학용품 생산을 위한 부담이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전가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