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 원·위안 환율 1600원대 기록…조사 이래 최고치

지방발전 20x10 정책으로 외화 수요 증가…달러 환율도 2013년 이후 처음으로 8700원까지 치솟아

/그래픽=데일리NK

북한 시장 환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특히 원·위안화 환율의 급등세가 주목되는데, 이는 북한이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추진하면서 위안화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평양의 북한 원·위안 시장 환율은 1550원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17일 조사 때 평양 시장의 원·위안 환율이 136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주 만에 14%가 급등한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폭으로 원·위안 시장 환율이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에서도 양강도 혜산의 원·위안 환율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달 31일 혜산의 북한 원·위안 시장 환율은 1620원으로, 직전 조사 당시 환율(1380원)보다 16.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시장의 원·위안 환율이 이렇게 급등한 것은 2022년 12월 이후 처음인데, 당시 코로나 국경봉쇄로 줄어들었던 수입량이 대폭 증가하고 이와 함께 지방 무역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원·위안 환율이 크게 상승한 바 있다.

이후 1년 넘게 1200원대를 유지하던 북한 원·위안 환율은 ‘지방발전 20×10 정책’이 발표된 직후인 2월 초 1400원대까지 올랐다가 최근에는 1600원대를 넘어서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제 북한 시장에서 원·위안 환율이 1600원대를 넘어선 것은 본보가 지난 2015년 시장 위안 환율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원인은 북한의 ‘지방발전 20×10 정책’ 추진 여파로 각지 무역회사들의 개별 무역 활동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무역 상황에 정통한 내부 소식통은 “지방발전 정책으로 현재 13개 도(道)가 경쟁적으로 건설자재를 들여오고 공장 건설에 뛰어들고 있다”며 “건설자재나 공장에 필요한 기계를 중국에서 들여오기 때문에 지방에서는 딸라(달러)보다는 비(위안) 수요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 시장의 원·달러 환율도 원·위안 환율만큼 큰 폭은 아니지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31일 평양의 북한 원·달러 시장 환율은 8720원으로 조사돼 2주 전인 지난달 17일 조사 당시 환율(8500원)보다 2.6% 상승했다.

평안북도 신의주와 양강도 혜산의 북한 원·달러 역시 직전 조사 때보다 1.5~2% 상승해 1달러에 북한 돈 8700원대에서 거래됐다.

북한 시장에서 달러 환율이 8700원대로 치솟은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처음이다.

현재 북한 시장에서 달러와 위안의 가치는 코로나 국경봉쇄 이전 수준(원·달러 8400원, 원·위안 1200원)보다 더 높은 상태다.

지방 무역이 활발해지면서 외화 수요 증가로 환율이 자연스럽게 오른 것이라 해도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북한의 입장에선 시장 환율의 고공행진이 달갑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송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북한은 전통적으로 수입량이 훨씬 많은 무역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며 “다만 북한 당국이 환율 상승을 직접 통제하고 나설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